바쁘다. 요즘 세상은 정말이지 '바쁜 살림에 늙는 줄도 모를' 정도로 바쁘다. 대기업 취업을 준비한다는, 혹은 공무원 시험이나 편입을 준비한다는,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귀결되는 몇몇 목적들, 그리고 그것을 향해 모두가 똑같은 길을 맹목적으로 달려 나가는 우리들의 씁쓸한 자화상.

요즘 우리네의 모습은 제법 처연하다. '삶의 여유'나 '자아 찾기'와 같은 사치스런 단어는 이미 삶 속에서 지워진지 오래고, '취업', '스펙' 등 모든 사람이 목매다는 가치에 함께 매달려 아등바등 기를 쓰는 모습들.

유년시절, 트리나 포올러스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동화를 읽은 기억이 난다. 저 하늘 위의 '무엇인가'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기둥을 만든 수많은 애벌레들, 그리고 그 구성원들 중의 하나였던 줄무늬 애벌레와 노란 애벌레. 그들은 서로 만나 함께 기둥을 탈출하지만, 결국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줄무늬 애벌레가 다시 기둥으로 떠나면서 노란 애벌레는 홀로 남게 되었다. 그렇게 상심으로 외로워하던 노란 애벌레는 어느 날 고치가 된 늙은 애벌레를 만나게 되고, 자신의 몸도 실로 감싸 다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 나비가 된다. 한편 애벌레 기둥 속으로 다시 돌아와 치열하게 남을 딛고 짓밟으며 올라와 기둥의 꼭대기에 도착한 줄무늬 애벌레는 새파란 하늘에 아무것도 없음을 발견한다.

그 때, 그 하늘에, 나비가 되어 날아온 노란 애벌레.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다정하게 쓰인 글에서 그 어떠한 교훈도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굳어버린 사람 혹은 자신이 이미 '훌륭한' 어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이야기에서 아무런 것도 느낄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더 닫힌 마음을 열고 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본다면 현재 우리의 모습이 수면에 비추어지듯 잔잔히 그려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은 과연 어떤 애벌레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다만, 남들이 다 하니까 나도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식으로 등을 떠밀려 애벌레 기둥을 오르는 수많은 애벌레들 중의 하나가 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오예슬(한국어 3)  webmaster@inhanews.com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