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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고조되는 농민들의 아픔
   
 
     
 

“밥 남기면 벌 받는다.”

어렸을 적 누구나 흔히 들어봤을 법한 말이다. 특히 ‘이만 다 먹었다’며 밥을 남기려 하면 어김없이 들었던 말이다.

저 멀리에 위치한 검은 대륙에서부터 바로 우리 주위에까지,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고도 많아서도 겠지만 쌀 한 톨 한 톨에 담긴 농민들의 땀과 눈물의 가치가 더욱 중요했기에 어른들은 그렇게 우리를 혼내지 않았을까.

우주를 담고 있다는 쌀 한 톨을 추수하기 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일하고 겨울 내에도 이런 저런 생각과 고민들로 맘 편한 날 없는 그들, 농업인들을 위한 날이 얼마 전에 지나갔다. 지난 11일(화)은 ‘농업인의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속칭 빼빼로 데이이기도 했다.

상업성에 대해 많은 비판을 들어왔음에도 불구, 빼빼로 데이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멀리서 찾아볼 것 없이 우리학교 후문가에서도 빼빼로를 진열한 가판대가 쉽게 보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빼빼로 데이가 좋고 싫고를 떠나 허망함을 느꼈던 것은 그만 농업인의 날까지 빼빼로 데이에 묻혀버렸다는 점이었다.

그나마 지난 3일(월)부터 7일(금)까지 공과대에서 진행했던 농산물 직거래장터만이 농업인의 날을 맞아 진행했던 행사 정도로 여길 수 있을까.

천하농자지대본(天下農者之大本)이라고 해서 하늘 아래 모든 일의 가장 중요한 근본으로 여기던 농업. 그러나 여기에 종사하는 농민들의 긍지를 고취시키기 위해 제정한 농업인의 날보다 주고받는 과자 속에서 개개인들의 기쁨을 누리기 위한 빼빼로 데이가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을 보며 씁쓸하기만 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달돼 오는 듯 했다.

게다가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그동안 종종 비추던 한미 FTA 재협상 의지를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다. 선거 운동에서 자주 등장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다소 오해의 소지를 담고 있었던’허망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한미 FTA를 재협상할 태세다.

물론 결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다. 자동차 분야의 협상이 미국에 불리하게 타결됐다는 점 때문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농업을 ‘버리면서까지’ 얻어냈던 자동차 분야의 성과를 지키고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양세다.

이처럼 농업을 ‘버리면서까지’강행했던 한미 FTA 협상이 또 이슈화 되는 것을 보며, 또 빼빼로 데이를 보며 가슴을 부여잡고 나지막한 한숨을 계속 내쉬는 건 바로 농민들이다.

그런데 이렇듯 침울한 농가의 분위기를 더욱 침울하게 조성하는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지난 10일(월)부터 쌀소득보전 직접직불금에 관한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정부가 부정수령의혹자들의 명단조차 제출하지 않아 파행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평균보다 떨어지는 쌀 가격의 차액을 농민들에게 지급함으로써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고자 했던 쌀소득보전 직접지불금. 농민들이 농업을 지속하는데 있어 그나마의 위안을 안겨줄 쌀소득보전 직접지불금을 부정수령해 간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특히 그들 중에서 정부의 고위관리직에 있는 사람들이 역시 빠지지 않고 속해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온 국민은 경악했던 바 있다.

그리고 이 경악 속에서 국정감사가 시작됐음에도 불구, 부정수령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뿐인가. 여권은 부정수령자의 명단이 지난 정권때 고의로 은폐됐다는 의혹을 거론하고 야권은 부정수령자의 명단에 여권 인사들이 상당히 포함돼있을 거란 의혹을 거론하며 ‘이번 사태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지’에 대한 고민만 하고 있다. 결국 농민들의 아픔은 뒷전인 셈이다. 이렇듯 농민들의 아픔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런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쌀 일구는 사람들 눈물 흘리게 하면 벌 받는다.”

<장선영 편집국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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