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우리에게 그리움을 남기는 것일까?

사람이란 것은 본디 자기가 가지고 있는 행복에 대해선 무관심하고 자기에게 없는 무언가를 찾아 떠나는 존재인지 모른다. 분명하지도 않은 무언가에 대해 간절하게, 참 철없이 갈구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막상 자기가 가진 것을 다른 것과 바꾸고 나서야 지난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곤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깨달음도 잠시, 우리는 또 같은 선택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이런 반복되는 철없음은 어디로부터 기인하는 것일까?

인하대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봄 부터다.  큰 기쁨도 어려움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일들을 하면서 생활하던 나에게 인하대는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다. 차에서 내려 교정을 두리번거리며 들어서는 순간 두 팔을 벌려 반겨주던 나무 들, 풀들, 작은 돌멩이들, 그리고 사람들.

그 여린 봄 냄새는 아직도 내 오감에 생생히 각인되어 있다. 눈을 살며시 감고 그 풀과 나무, 하늘을 기억해 보면 나도 모르는 그 무언가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

인천이라는 도시도, 사람들도, 인하대도 내게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익숙한 것이란 내가 있기 전부터 그곳에서 그 자리에서 세월의 지나감을 무덤덤히 바라보고 있었을 것 같던 그 나무, 풀, 하늘이 전부였던 것 같다. 

반겨주시는 교수님들과 학생들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절애고도에 혼자 떨어져 있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 마음 깊은 배려를 그저 그런 것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철없는 인간은 그것도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될 터이니까.

처음 수업이 기억난다.  강의실에서 나를 응시하던 그 수많은 눈빛들만큼 온 몸에 땀방울이 맺혔던 기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처음의 어색함도 지나가고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이 가슴에 전해지기 시작한 것 같다.

내가 타인을 소중히 생각하는 것만큼 그들도 나를 소중하게 생각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생활에서 익혔다고나 할까?

마음으로 전해지는 인사와 웃음. 정인들이 내게 건네준 격려와 징표들이다. 그 얼굴들이 스쳐지나가고 있다.

이런 소중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자연스런 마음이 아닐까?

이제 이곳에 인하대라는 공간이 만들어진지 강산이 다 변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 오십년의 세월의 일부를 내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착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 학생들이 이제 그 오십 년의 세월만큼 더 큰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인간의 따뜻함을 나눠줘야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그런 준비가 되어있다. 그들이 태어나면서 가졌을 사람에 대한 사랑과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가슴에 품고 의미 있는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기를 소망한다.

준비된 그릇에 자신감만 채워진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는 잔치 상이 차려질 것이다. 누구나 굶주리고 지친 사람들을, 힘없고 나약한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고, 많이 가진 사람들이 기쁘게 함께 나눌 수 있는 잔치 상과 같은 그런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흘러 지금 내가 소중히 생각하던 것들이 의미 없는 말과 몸짓이 되었을 때 다시 그곳에 가면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워 높은 하늘을 품에 안고, 손에 잡히는 작은 돌멩이를 소중하게 쓸어내릴 거다.

행복에 겨워 고마움을 표시하기는 고사하고 눈길 한번 주지 않던, 그저 무덤덤히 지나쳐 버렸던 그 작은 돌과 풀들은 어쩌면 나를 기억해 줄지도 모르겠지… 사회대 건물 주변의 아름다운 나무들은 그 때도 여전하겠지.

윤홍식(행정)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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