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2위, 얼짱 3위…’

포털업체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발표한 ‘올해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순위다. 위 결과가 말해 주듯이 올해 1020세대가 주도한 가장 큰 대중문화 산물은 ‘이효리·얼짱 신드롬’이다. 이들 신드롬은 스스로 얼짱이 되고자 하는, 또는 이효리를 관망하기보다 이효리와 동일시하기 위해 애쓰는 10대와 20대를 증가시키고 있다. 또한 일부에 국한돼 유행하지 않으며, 언론의 한 면을 장식할 만큼 그 영향력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크다. ‘이효리와 얼짱’이 젊은 세대들을 소위 ‘일련의 병적 증후군’환자들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열광적으로 만든 걸까?

‘얼짱’이란 단어는 올해 처음 생긴 신조어다. ‘얼굴과 장(長)’을 합성한 이 단어는 여고생 이경미 양이 친구와 함께 인터넷에 떠도는 예쁜 얼굴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5대얼짱’ 카페를 만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카페는 1주일만에 회원 수가 1천명이 넘는 돌풍을 일으켰으며, 이후 얼짱 커뮤니티와 싸이트가 우후죽순 생겨나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기 위한 토양을 계속 만들어갔다. 한편 ‘want to be’ 줄임말인 ‘워너비’로 해석되기도 한 ‘이효리 신드롬’은 모든 부분에서 ‘이효리’화 되고 싶어하는 열성 팬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찬반 논란은 여전히 뜨거운 상태다. 얼짱과 이효리 현상이 단순한 대중문화(popular culture)를 넘은 ‘하위문화의 저항’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어린애들의 ‘철없는 짓’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동연 문화평론가는 “하위문화는 주류문화로부터 주변부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효리와 얼짱도 지금까지 종속 받아왔던 대중문화 소비자들이 주체가 돼 반란을 일으킨 것이다”고 분석한다. 주변의 친숙한 아이템을 능동적으로 재생산해내는 역할을 1020세대가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한 한겨레신문 유현산 기자는 “이번을 계기로 10대문화와 거대문화가 본격적으로 충돌을 일으킬 것이다. 이는 분명 소비자를 생산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커다란 의미를 내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김동식 문학평론가는 현재의 상황을 ‘거품현상’으로 얘기한다. 그는 “물론 얼짱과 이효리를 ‘팬덤’으로만 볼 수는 없겠지만 실체는 없다”고 일축한다. 그 이유는 “언론이 왜곡하고 상업화시키려는 목적이 다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효리 신드롬이라고 떠들어도 이효리의 모든 것을 닮은 여자들을 길거리에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양은 사이버문화연구소장도 비슷한 분석을 한다. “거대한 상업소비문화에서 잠식당한 현대 세대의 비애이며 이미지 소비문화의 ‘사생아’가 바로 이효리·얼짱 현상”이라고 말한다.

현재도 ‘5대얼짱’카페에는 저마다 ‘새로운 얼짱’이 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매일 1백여건이 넘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자기 PR을 하는 것이다. 이효리의 팬클럽도 마찬가지로 “효리가 어제 신은 부츠가 무엇이냐”는 등의 워너비 팬들 글로 성원을 이룬다. 이러한 현상은 주류문화 일탈성과 감수성 발휘 등의 장점으로 또 하나의 주류문화로 자리잡혀 가고 있지만 ‘표면적이고 획일화된 잣대·자본문화 종속’등은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로 남아 있다.

홍준표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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