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세상은 중국산 분유의 멜라민 파동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신문기사에 따르면 중국 109개 분유 업체의 491개 제품에 대한 샘플 조사를 실시한 결과, 22개 업체의 69개 브랜드에서 공업용 원료인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국내 과자류 또는 커피크림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분유에 멜라민을 넣는 이유는 중국에서 분유의 성분검사를 시행할 때 일반적으로 질소함유량을 측정해서 단백질 함유량을 유추하는데, 이러한 허점을 이용하여 가공업자들은 질소함량이 높은 멜라민을 넣어서 검사를 통과한다고 한다.

멜라민 자체는 낮은 농도에서는 인체에 크게 나쁘지는 않지만, 시안화요산(cyanuric acid)과 반응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요로결석(콩팥의 돌)을 만들어 신장의 기능을 떨어트리고 심한 경우는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고 한다.

현재 멜라민 분유로 인해 숨진 영·유아는 3명에 이르는 것으로, 신장결석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아기도 6244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TV에서는 국내의 일부 식당에서 제공되는 숭늉이 손님들이 먹다 남은 밥을 씻어서 만든 것이라는 보도를 방영한 적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파동 역시 원산지에 대한 허위 표시의 가능성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놓고 한참동안 시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세상에 믿고 먹을 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과 함께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밀려오는 우울함을 피할 길이 없다.

다른 범죄 사건들에 비해 유독 음식에 관한 소식이 더욱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생명과 건강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행위들, 더 나아가서는 소비자들의 믿음에 대한 이러한 배신행위들 때문에 점점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현상 때문이다.

이런 일이 한 번씩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점점 더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며,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하려 하거나 서로가 서로를 더욱 더 많이 의심하게 되는 악순환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모두가 모두를 의심하는 세상에 산다는 것은, 그리고 나도 그 중에 하나로 의심하고 의심받으며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굳이 경제학자의 관점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시장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시장 참여자들 간의 신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분업이 고도화되고 전체의 생산 및 소비 과정에 있어 서로의 상호 의존성이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자꾸만 무너진다면, 시장경제는 분업과 특화를 통해 이루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제대로 만끽할 수가 없다.

경제체제의 조정자인 정부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불신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더 많은 규제를 가하게 될 것이고, 이는 근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한다는 점에서 불필요하게 높은 거래비용을 유발하는 것이며, 경제주체의 자유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사회후생의 감소를 초래한다.

이는 마치 50m 간격으로 있으면 충분할 교통신호들을 1m 간격으로 세워 놓아 운전자들의 원활한 교통을 저해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얼마나 어리석고 부끄러운 일인가?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해 스스로의 자유를 구속하는 규제를 만들고 그것에 속박된다는 사실이. 

부디 정직하게 살 일이다.

눈앞의 나의 이익을 위해서 남의 이익을 해치는 일은 더더욱 하지 않을 일이다. 서로를 믿고 그 믿음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며 살면 될 일을 서로를 믿지 못해 끊임없이 복잡하고 정교한 법률과 규제들을 만들어 낸다면 아무리 좋은 법률과 규제라 하더라도 그것은 근본적으로 허상이기 때문이다.

바람이 부는 날, 그냥 심란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준병(경제)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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