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부문 응모작은 단 두 편이었다. 게다가 두 편 모두 평론으로서 갖추어야 할 사유의 깊이와 넓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세태의 반영으로 보여 씁쓸하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대책]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한 경고의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화를 이끌어온 과학기술자들이 최근에 이르러 여러가지 이유로 소외되고 있으며, 후속 과학기술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논자의 문제의식은 귀담아들어야 할 내용이었다. 그러나 신문지상에서 늘 다루어지는 내용과 상투적인 어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 일본, 중국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마치 소문처럼 가볍게 취급되어 객관적이고 신빙성있는 근거자료로서의 가치가 없었다. 인상적이고 선명한 자료 제시, 좀더 구체화된 대안의 제시가 없기에 동일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선에 머물고 있음이 아쉬웠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도 결점이 많은 글이었다. 한국의 가족제도 속에서 ‘누이’를 이해하는 일이 이 평론의 핵심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논자는 시종일관 주변에서 맴돌기만 했다. 외디푸스 콤플렉스가 잠깐 언급되는 듯하다가 사라지고, 가부장제가 잠깐 언급되는 듯하다가 논자 개인의 생각을 끼워넣어 논제를 흐리게 만들기도 했다.

약간의 고민 끝에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를 최우수작 없는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이 글을 꼽은 이유는 무엇보다 많은 작품들을 읽어냈고, 이들 작품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료를 배열하고 취사선택하는 일은 논문에서 중요한 절차이다. 이 글은 그리 많지 않는 ‘누이’ 관련 텍스트를 찾아내어, 이를 배열하고, 그 흐름에 따라 글을 전개하고자 하는 논자의 성실성이 엿보였다.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마치 먼지처럼 가볍게 부유하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겠으나, 흔들리지 않는 중심으로 사는 것도 삶의 한 방편이 될 수 있겠다. 글쓰기가 흔들리지 않는 중심의 역할이 되길 기대해본다.

김만수 교수(국문)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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