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과는 달리 금년도에는 32명이나 되는 많은 학생이 응모를 해서 기쁘고, 응모작들이 모두 일정 수준에 도달해 있어서 기쁘다. 시 부문 심사를 할 때마다 50명 정도의 학생만 응모를 해 준다면 우리 인하대학 학생들의 문학에 대한 열정에 신뢰를 가지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그럴 날이 코 앞에 와 있는 것같아서 즐겁다.

응모작 중에서는 양치우 학생과 권외영 학생의 작품이 단연 뛰어났다. 이 두 학생의 경우는 세편의 응모작 모두가 다른 학생들의 작품에 비해 훨씬 수준이 높았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당선권에 넣을 수 있었다. 다만 당선작과 가작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문제였다.

두 사람의 작품에 대한 저울질 끝에 양치우 학생의 <개벽의 시간>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그것은 이 작품 속에 혼란스러운 현재의 삶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건강하게 살아 숨쉬고 있으며, 그 의지를 장미의 개화와 개벽의 시간으로 연결시키는 언어구사에도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두 작품인 <비목>과 <외딴 섬>도 우수하지만 당선작 속에 들어있는 고뇌와 방황의 시간이 같은 연령대의 학생들에게 줄 공감을 고려하면서 그렇게 정했다. 아무쪼록 당선자는 앞으로 자신의 자질을 잘 키워나가기 바란다.

권외영 학생의 <장지, 그곳이 가지 못하고>와 <저녁새>는 각각 할머니의 장례식과 산골마을의 저녁풍경을 그린 것인데 당선자의 작품과 거의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급이었다. 시적언어의 구사에서는 당선작에 손색이 없었지만 고민하다가 학생이 가지는 현재적 체험의 절실성을 고려하면서 권외영의 <저녁새>를 가작으로 뽑았다. 권외영 학생은 낙심하지 말고 더욱 분발해 주기 바란다.

홍정선 교수(국문)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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