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정국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사가 그 살육의 역사를 전하고 있지 않은가. 그 잔혹사는 관용하지 않는 근본주의가 몰고 온 전쟁사였다.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등에서 나타난 근본주의는 자신의 진리주장을 절대적으로 실행하려 한다. 근본주의는 자신의 진리주장을 정치적 강제력을 수단으로 하여 관절하려고 하는 한에서, 절대적이었다. 이렇게 자신을 절대적으로 주장한다면, 그 종교는 배타적이다. 신앙을 달리하거나 삶의 양식을 달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있는 현대사회에서 근본주의를 고집하여 자신의 종교나 세계관만을 정당화하려 하면, 동등한 권리를 서로 인정하는 관용의 철학과 삶이 들어설 수는 없다. 배제의 불관용은 폭력을 불러들이는 문이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가 관용이야말로 참된 교회임을 식별하는 가장 분명한 기준이라고 주장했을 때, 세속 통치자[국가]가 힘[정치권력]을 이용하여 다른 교회를 핍박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세속 통치자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교회를 핍박하는 것에 주목했던 것이다. 작금의 종교편향정국은 로크의 문제의식을 넘어선다. 근본주의적 개신교가 정치화되면서 다른 종교들을 핍박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특정 종파세력의 지지를 얻어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듯 했고 이 과정에서 다른 종교들이 핍박받는다고 항의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로크는 ‘관용에 관한 편지'에서 영혼의 구원에 통치자가 관여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 논거는 다음과 같다. ① 영혼의 신탁 불가능성 명제: 영혼을 구원할 권한을 통치자에게 맡기지 않았다. 영혼의 구원은 신탁, 즉 믿고 맡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 ② 내적 확신의 강제 불가능성 명제: 구원은 강제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영혼의 내적 확신에 기초한다 : ③ 구원의 방법에 관한 견해의 다양성 명제 : 영혼의 구원이 통치자의 소관사항이 아님은 구원의 길은 하나일진데 세속적 세계에서는 수많은 통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미 논증한다.

요점은, 정치가는 공적 지위를 통해 사적 종교적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물론 관용론이 무조건 관용하자는 것은 아니다. 관용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로크는 불관용해야 하는 범례를 열거한다. ① 사회를 해체하는 반사회적 교리 ② 국가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숨기고 있는 교리 ③ 타 종교[타 종파]에 대해서 자신의 종교[종파]가 시민적 특권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는 교리 ④ 어느 교회사회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정치권력의 보호 아래, 즉 정치사회 속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하고, 그리하여 그 정치권력자에게 정치적으로 충성해야 한다는 그런 교리 (국가와 교회의 구분을 파괴하는 교리) ⑤ 무신론자. 로크의 불관용범례에서 포함되어 있었던 무신론자에 대한 불관용 주장이 비판되는 데는 로크 이후 더 긴 역사가 필요했다.

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세계관의 관용을 주장한다 : “배타적인 민족종교가 존재하지 않고 또 이제 존재할 수 없는 지금에 와서는, 사람은 그 교리가 시민의 의무와 반대되는 것을 아무 것도 포함하지 않는 한 다른 종교에 관용스러운 모든 종교에 대해서 관용스러워야 한다." 루소는 그의 서간소설 <신엘로이즈>에서 종교적 관용에 관해 더 구체적으로 피력한다 : “참된 신앙자라면 불관용이나 박해자일 수도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관리이고 또 무신론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이 있다면, 나는 먼저 남을 무신론자라고 일러오는 자를 누구든지 무신론자로서 화영에 처하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다."

적어도 종교 밖에서 인생을 영위하는 무신론자들도 함께 있는 오늘날에는, 관용론은 종교를 넘어서 세계관을 얘기해야 한다. 종교관용론을 넘어서고 다원적 세계관을 관용해야 하는 시대에 한국사회는 종교분쟁을 심려해야 되는 암울한 시국이다. 각 교육과정에 세계관적 관용 내용을 적극 포함시키는 방안은 그 구체적 실천이다. 관용덕목을 배우고 실천하자.

서규환(정외)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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