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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고구려사에 대한 중국 학계의 궤변

지난 11월 15일(토) 충주에서 고구려 국내성 천도 200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이때 논의의 초점은 고구려사의 귀속문제였는데, 최근 중국에서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초 계획은 한국·중국·일본의 연구자들이 진지하게 토론하기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중국학자들이 돌연 불참을 통고해옴으로서 맥빠진 토론의 장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학문적 토론마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은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는 주장에서 한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중국측의 강경한 의지의 표현이라 생각된다.

중국에서 고구려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며, 따라서 고구려사는 중국사의 일부라는 주장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이다. 이러한 주장은 곧 교과서에 반영되었으며, 나아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소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란 프로젝트가 그것인데, 2001년부터 5년간 한화 약 3조원을 투입하여 고위 행정관료의 책임 하에 연구를 진행한다고 전한다. 최근에는 그 성과들이 하나둘씩 간행되고 있는데, 여기서 제시하는 근거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첫째, 고구려족은 중국 동북지역의 소수민족에서 기원했다. 둘째, 고구려는 처음부터 멸망 때까지 시종일관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었다. 셋째, 고구려는 중국의 영토에서 성립했으며, 멸망 때까지 이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고구려의 후기 중심지는 평양이지만, 이 역시 중국 낙랑군의 영토였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넷째, 멸망 후 대다수의 고구려 주민은 중국에 흡수되었다. 다섯째, 현재의 한국은 신라에서 기원했으며,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것도 허구에 불과하다. 이런 식의 논리대로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면, 수나라 양제나 당나라 태종이 고구려를 침략한 것도 침략이 아니라 정벌 내지 내란 진압이 된다.

중국학계에서도 기존의 통설은 고구려사가 한국사란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학문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학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처럼 중국학계가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데에는 학문외적 맥락이 있는 것 같다. 학문적 토론마저 거부하는 경직성이나 고위 관료가 연구 프로젝트의 책임자란 점 등이 이를 말해준다. 그렇다고 할 때 가능한 추측의 하나는 남북통일 이후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중국의 사전 공작이라는 것이다. 즉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1차적으로는 중국 내 조선족의 동요를 막는다는 의미가 있겠고, 나아가 한국은 물론 미국·일본에게 만주에 대한 중국의 기득권 내지 연고권을 확실히 해둔다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들은 고구려가 고대 삼국의 하나이며 한국사의 일부라는 데 대해 예전부터 의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때문에 만주를 항상 우리의 잃어버린 영토로 인식해 왔다. 이런 우리들에게 고구려가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란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으며, 일일이 대응할 필요조차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식민사학에 의해 역사를 왜곡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으며, 아직도 그것이 치유되지 못한 상태이다. 따라서 식민사학의 폐해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나름의 대응이 필요하다. 다행히 현재 우리 학계에서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러나 학회마다 경쟁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다보니, 우리 학계의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는 감이 있다. 또 중국의 입장이 학문외적인데 있는 만큼, 우리도 학문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고구려박물관을 크게 짓는 것도 그 중의 하나가 될지 모르겠다.

서영대교수(사학)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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