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대학생의 일상과 밀접한 소재를 통해 동시대 문화 코드를 짚어볼 것입니다. 문화는 우리들의 욕망인 동시에 곧 우리들의 정치가 됩니다. 그래서 문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가벼움과 무거움이 공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위로만, 위로만 날아가려는 우리 시대의 욕망의 끈을 잡고 그 실타래를 조금이나마 풀어볼 생각입니다.

  1990년대 초반 ‘X 세대’의 등장은 한국사회에서 본격적인 세대론의 출발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4.19 세대 등의 표현이 있었지만, 세대적인 개념보다는 역사적 사건 중심의 구분이었다는 게 정확할 것이다. X 세대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알리는 시발점이었고, 이후 N 세대, Y 세대, Z 세대 등으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세대 진화는 대중문화의 변동과 테크놀러지의 발달 등과 그 궤를 함께 했다.
  최근 국내 휴대폰 광고에서 드러나는 ‘It's different’, ‘Must Have’ 등의 표현은 지금 세대의 모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갖고 싶은 것은 반드시 가져야 하고, 자신은 남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 나아가 “안 되는 게 어딨니?”라거나 “꼭 하던 대로 해야 해?” 등의 반응이 그런 예들이다. 국내에서는 이들을 가리켜 ‘Why Not 세대’라 부른다. 이는 기존의 것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새로운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나 입장을 갖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중국에서는 ‘Me 세대’가 나타나고 있다. ‘Me 세대’는 1978년 중국 정부의 ‘한 가정 한 자녀 정책’과 최근 개방개혁에 따른 경제 성장이라는 배경 하에서 등장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어릴 때부터 빈곤과 궁핍을 모르고 자란 세대이다. 인구 억제 정책으로 인해 자식이 적다 보니 가족들의 귀한 대접을 받고 ‘소황제’로 자란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높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최근 세대론은 특정한 지역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화의 흐름에 따라 유사한 특징을 동시에 드러낸다. 한국의 젊은이나 중국, 미국의 젊은 세대들이 비슷한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한국의 ‘Why Not 세대’나 중국의 ‘Me 세대’ 역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높은 학력과 고소득 등으로 인해 취미와 여가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또한 자신이 곧 세상의 중심이며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삶의 방식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신의 느낌과 즐거움에 들어맞는 일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삶을 구성함으로써 스스로 느끼는 성취감과 보람, 쾌감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탈정치화 성향은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당연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의 한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비키 양씨(29)의 말은 되짚어 생각해볼 만하다.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식당에서 부당한 서비스를 받는다거나 상품에 문제가 있다면 내 권리를 위해 싸우겠지만 정치나 민주주의 문제라면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정치와 민주주의 등이 내가 응당 받아야 할 권리와 정치나 민주주의 사이의 차이점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생기는 작은 문제들을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민주주의의 출발이다. 정치는 곧 일상에서 시작된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다시 접하기 시작했다.

권경우(문화평론가 / 문화사회연구소 기획실장)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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