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한 20대 여성 자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이를 유괴, 딸의 등록금을 내주지 못한 서러움으로 아버지가 분신자살하는 세상. 한 해 천만원에 육박하는 등록금 때문에 소설과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천정부지로 솟는 등록금으로 인해 정부는 2005년 2학기부터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학자금대출제도는 가정의 경제사정으로 학비마련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정부에서 학자금 대출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우리 학교에서도 2007년 1학기에만 2944명의 학우가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이런 학자금 대출 제도가 취지는 좋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높은 이자율

  거치기간(대출금의 이자만 상환하는 기간) 10년, 상환기간(대출금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 나가는 기간) 10년으로 학자금 4천만 원을 대출 받았을 때 07년 2학기 일반이율 6.66%를 적용하면 20년 동안 갚아야 하는 총액은 약 8천만 원이다. 원금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이다. 이처럼 높은 이자율에 대해 김정호 교육인적자원부 대학재정복지팀 사무관은 “학자금 대출을 위해선 시장에서 자원을 조달해야 하므로 현재 6.66%의 이자는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금리이다”며 높은 이율책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사무관의 이 같은 의견에 박정원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은 “6.66%가 최소한의 이자율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학자금대출 제도를 하나의 금융 상품으로 보기 때문이다”라며 “학생 복지 차원에서 학자금대출 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학자금대출로 빌린 돈도 절반만 상환하면 되고 모두 무이자다.

대출 조건

  현재 신용등급 10등급 이하, 3개월 이상 연속 연체, 1개월 이상 3번 연체했을 경우에는 학자금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와 같은 규정에 박 부위원장은 “이처럼 엄격하게 규정을 정한다면 결국 이자율이 더 높은 제 2금융권이나 사금융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가난한 사람이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더 안 좋은 조건에서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겨운(신소재ㆍ2)학우는 “과거의 신용등급이라는 것은 저소득층이라 생겼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신용등급으로 평가해 학자금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신용등급으로 평가해 대출해주는 현행제도를 비판했다. 또 장재현(법학ㆍ3)학우는 “8학기를 모두 학자금대출을 받은 사람은 1,2학년때는 꾸준히 이자를 갚았더라도 4학년 때는 한 달 이자가 10만원이 넘어 매 달 이자를 갚기가 어려울 수 있다”며 “많은 이자를 내는 학생은 과거의 신용을 반영해 이자가 늦어도 정상참작 해주는 등의 절충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무관은 “아르바이트를 하면 이자 정도는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소득층이라고 10등급인 것은 아니며 신용등급으로 이 학생이 최소한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보려는 것이다”고 항변했다.

신용불량자

  현재 규정상 학자금대출 이자를 6개월 이상 밀리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 박 부위원장은 “신용불량자가 되면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에서 퇴출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공부하기 위해 돈을 빌린 학생이 이자연체를 이유로 신용불량자가 된다면 문제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재학 중에도 이자를 내야 되기 때문에 학생들이 학업 말고도 이자에 의한 부담으로 인해 본업인 학업에 지장을 줄 수 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경우 졸업 후 6개월까지를 취업을 위한 준비기간으로 인정하고 그 후부터 이자를 받기 시작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돈을 빌린 때부터 이자를 받는다.
  김재연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대학교육 국장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것도 문제지만 학자금대출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들을 특별 규제하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김 사무관은 “생계를 위해 빵을 훔치는 것도 도둑질이다”며 “학자금으로 빌린 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사람들만 특별 규제해달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예외란 없다고 말했다.

신입생 추가합격자

  추가합격으로 건국대학교에 붙은 한 학생은 학자금대출을 신청했다. 그러나 추가합격자는 우선 본인 돈으로 학비를 내면 한 달쯤 후에 학자금대출을 해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박동호(컴공ㆍ2)학우는 “당장 목돈이 없어서 대출을 받고자 하는 것이 아닌갚라며 “돈이 없는 학생은 학교를 다니지 말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점에 대해 김 사무관은 “올 해 1학기 학자금대출 신청기간은 1월 2일부터 3월 16일까지였는데 이 정도 기간이면 충분하다”며 “학교 측에서 추가합격자 명단을 빨리 올려주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지 교육부 측 잘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교육부의 답변에 박 부위원장은 “어느 측에 잘못이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하루 빨리 고치는 일이 중요하다 ”며 정부와 학교 간에 시급한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처럼 정부보증 학자금대출제도에는 여러 문제점이 보인다. 문제점들을 ‘일단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니까’라며 무시해서는 안된다. 박 부위원장은 “학생들도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다 갚는다는 생각으로 정부에 당당하게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하루 빨리 결단을 내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학업 외 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이 빨리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

각 나라의 학자금 융자 제도

최민규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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