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에 필자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세인트 안토니스 대학(St Antony's College)에서 1년간 연구년을 보냈다. 그 곳에 가기 전에는 미국의 원조(元祖)(?)가 영국이므로 양국이 서로 비슷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영어 표현, 교육제도, 문화 등에 있어서 차이가 많았다. 특히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대학을 비롯한 영국의 많은 대학들이 아직도 소수정예주의에 입각한 개인교수 방식(tutorial system)을 채택하고 있어서 미국 대학에서 수만 명을 한꺼번에 교육시키는 대중교육(mass education) 방식과 너무나 달랐다. 영국 대학은 매년 신입생 지원자 중에서 주로 성적을 보고 정원의 2배수나 3배수를 선발한 후 교수들이 1박 2일동안 지원자를 직접 데리고 다니면서 면접을 보고 자신이 가르칠 학생들을 선발한다. 교수가 3년(영국 대학은 3년제)동안 매주 만나서 개인교수를 할 학생이기 때문에 성격이나 태도 등을 자세히 관찰하여 신입생을 선발한다. 교수는 학생에게 강의와 세미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어떤 과목을 수강하도록 학사지도를 하고 사회 진출을 도와준다. 이렇게 개인교수를 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1년에 8명 내외의 소수를 선발하여 책임지고 공부를 시킨다. 예를 들면 교수가 매주 학생을 1대 1로 만나서 지난 주에 내 준 과제를 점검하고 다음 주에 해야 할 과제를 제시한다. 교수가 매주 학생이 해 온 과제를 평가한 후 이것을 한 학기동안 모아서 성적을 매긴다. 이런 개인교수제에서는 교수가 학생을 주관적으로 평가할 우려가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교수가 학기말 고사의 답안지를 채점한 후 반드시 외부 교수(external examiner)에게 의뢰한다. 이런 영국식 개인교수 방식은 미국 대학의 대중교육과 달리 엘리트 교육제도이며, 학생 1인당 교육의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러나 영국의 대학 졸업자들은 학업이나 인격이나 사회적 책임감 등에 있어서 경쟁력이 높다. 특히 학생들이 교수와 매주 만나서 얘기하고 과제물을 제출하기 때문에 말하기와 쓰기에 매우 강하다.
  영국을 다녀 온 후 필자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학을 하나쯤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대학이 미국처럼 교수 연구업적을 강조하는 바람에  교육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여 주어 걱정스럽다. 그리하여 나는 지난 학기에 영국식 개인교수제도를 흉내 내어 <사회대 upgrade 팀>을 만들었다.  사회대 3개학과 조교들에게 각 학년별로 1명씩 추천을 받아 12명을 모아서 한 달에 한 번씩 나와 모임을 가지고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하였다. 취지는 자신을 upgrade시키고, 여력이 있으면 사회대를 upgrade시키자는 것이다.  마침 사회대 정외과에 새로 부임한 하이커 헤르만스(Heike Hermanns)교수와 함께 이 팀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지적 호기심과 세계적인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 Hermanns교수와 함께 뮤지컬도 보고, 등산도 하고,  workshop도 하고, 우리 집 open house행사도 가졌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수동적이었으나 서너 차례 만난 이후에는 자신들의 고민도 털어놓고, 학교생활이나 사회진출 문제 등을 비롯하여 많은 애기를 서로 진지하게 나누게 되었다. 어학 공부, 해외 유학, 취업, 동아리 문제, 휴학 등 화제가 매우 다양해졌다. 내가 모르고 있던 것도 많이 알게 되었고, 또 학생들이 나의 얘기에 빨려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사실 학생들이 내 자식들보다 더욱 진지하게 나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슴 속에 새겨 두는 기분이 들어 조심스러워졌다. 이제 나의 학교생활 중에서 upgrade팀을 만나는 것이 가장 즐겁고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 upgrade팀 중의 1명이 대기업의 인턴사원에 선발되었을 때에는 내 일처럼 반가웠고, S은행 홍보대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을 때는 가슴이 아팠으며, K재단에 장학금을 신청했다가 실패했을 때는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 학교가 영국식 개인교수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방식을 통해서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이번 학기에는 upgrade팀의 인원과 만나는 횟수를 늘리고 활동도 더욱 풍성하고 다양하게 하려고 한다.

김용호(정외, 사회대학장) 교수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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