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추가합격으로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합격을 통보받았다는 친구의 전화였다. 기쁜 소식으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집안 사정이 안 좋던 친구라 학자금 대출을 받으려고 은행에 갔는데 추가합격자라서 당장은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소식이었다. 은행 측은 추가합격자는 일단 자기 돈으로 학비를 내고 한 달 후에 학자금 대출을 해주겠다고 했다. 당장 학비가 없어서 대출을 받고자 한 것인데 일단 자기 돈으로 내라니. 다른 방법이 없단 얘기에 친구는 먼 친척에게 돈을 빌려 겨우 학비를 낼 수 있었다.
  이때부터 ‘학자금대출제도에 문제점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었고 이것이 학자금대출제도 관련 기사를 쓰게 된 동기가 되었다. 이윽고 기사를 준비하면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문제점들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추가합격자 대출문제 외에도 높은 이자율, 대출자격조건, 이자 연체시 신용불량자 등록 등 많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자 연체 시 신용불량자로 등록되는 문제를 취재할 때 담당자로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 그 정도 이자는 낼 수 있지 않겠냐는 대답을 들었다. 저소득층 학우의 아르바이트비가 대출금의 이자를 갚는데에만 쓰이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가정 생활비에 보태야 할 수도 있고 교통비, 밥값 등에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07학년도 2학기 학자금 대출의 일반 이율은 연 6.66%다. 1학기의 연 6.59%에 비해 0.07%포인트 오른 것이다. 내려가야 할 이율이 도리어 올라가고 있는 현실이다.“시장에서 돈을 빌려와야 되기 때문에 현재의 이율은 어쩔 수 없는 최소한의 이자다”라고 말하는 교육부의 말은 학자금대출제도를 하나의 금융상품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금융상품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복지제도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학생에게 학자금대출을 해주는 것이 학생들을 위한 일인 것 만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결국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이다. 학생들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좀 더 당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 학생들이 학업이 아닌 학비 때문에 고통 받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정부의 인식 변화와 시급한 대책마련으로 이 같은 현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최민규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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