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서 1학기동안 지내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그중에 가장 나를 놀라게 했던 것은 냉장고였다.
  냉장고에는 음료수와 여러 음식물이 있었는데 이름까지 적어서 비밀봉투에 싸놓은 음식물은 인상적이었다. 아는 선배 말이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음식물을 거리낌 없이 먹는 것은 물론, 심지어 없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했다.
  그러던 어느날, 룸메이트가 화가 나 있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2L짜리 음료수를 냉장고에 넣어 두었는데 하루도 안 되어서 절반이 넘게 사라졌다는 것이다. 분명히 같은 층 사람인 건 확실한데 누군지는 알 수 없으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목격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무지 범인을 잡을 수가 없으니……. 이제야 왜 사람들이 그렇게 철저히 음식물을 보안하는 지 그 심정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정당한 대가 없이 거저 얻기를 좋아하는 공짜 심리, 누군가가 지켜보지 않으며 자신이 하는 행위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너무도 쉽게 자신의 양심을 저버리는 그런 세태를 엿볼 수 있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기 쉽다. 어렸을 때 너무나 맑았고 아름다웠던 개울이, 무단 쓰레기 투기로 인해서 몇 달도 채 안되어 너무도 심하게 오염되어 도저히 뛰놀수 없는 하천이 되어 버렸던 기억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에 너무도 만연되어 있는, 꼭 고쳐져야 할 그런 모습들이 지금 우리 기숙사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는 게 참 씁쓸하다. 앞으로는 기숙사에 그런 불미스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조은주(법학·1)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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