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그룹 회장의 소위 보복폭행 사건이 연일 신문을 오르내리고 있다. 두 달 전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수면 위로 떠오른 순간 연일 인터넷 머리기사로 장식되고, 지상파 방송들의 뉴스 시간을 점령하고, 주요 일간지 1면에서 사라질 줄을 모르고 있다.
  재벌 회장의 보복폭행은 지나치다. 그러나 언론의 반응은 더 지나치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논평도 전문가의 수준을 넘어 선동가가 되고 있다.
  보복폭행이라 부르고 있으니 폭행이 먼저 있었음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고 그 아들의 눈 주위 상처로 보아 폭행사건이 있었음은 확인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1차 폭행 사건부터 관심을 가지고 처리해야 하지 않을까? 왜 ‘폭행사건'보다 '보복폭행사건'에 더 관심을 두는 것일까? 왜 폭행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보복폭행 사건을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될까? 사회적 신분에 따른 도덕적 책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국민들이 알아야 할 제일 중요한 새 소식은 아니라는 것이다. 9시 저녁 뉴스의 첫 소식으로 일주일 이상 다루고 있는 언론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동생이 맞고 오면 형이 때려 주고, 자식이 맞고 오면 엄마가 달려 나가던 이야기들은 개발도상국 시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이제 선진국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사적 제재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도 맞다.
  이택순 경찰 총장은 “힘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또 권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법절차를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 줬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이 나라의 법치주의 확립과 공권력 확립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힘이 없는 사람, 권위가 없는 사람도 법을 지켜야 한다"는 것도 함께 강조해야 할 것이다.
  사적 제재도 안 되지만 폭행도 안 된다는 것을 함께 보여 줘야 할 것이다. 열한 살 어린 아이를 산 채로 물속에 던지고, 그 부모에게 돈을 요구한 사건이나, 아홉 살 어린 아이를 성추행하고 목 졸라 죽인 뒤 그 시체를 폐기물 더미에 감춰 놓은 사건에는 침묵하더니 재벌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 “공권력 확립"을 내세우는 경찰총장이 영 미덥지가 않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다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대다수의 선량한 국민들은 보복폭행보다 폭행이 더 무섭고, 보복폭행보다 폭행을 막아 주기를 경찰에게 바라고 있다.
  왜냐하면 보복폭행은 폭행을 하지 않음으로써 피할 수 있지만 폭행은 내가 원한다고 마음대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복폭행을 수사하기 전에 폭행을 수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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