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년 초가 되면 대학이 시끄러워지는 것이 상례가 되고 있다. 그 이유는 학생 등록금의 책정 때문이다. 이 문제 때문에 우리 대학의 경우에도 학생들이 매 학년 초에 한차례씩 등록금을 다루는 기획처장실과 총장실의 사무집기를 들어내고, 출입문을 폐쇄하거나 아예 점거해 버리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런 진통을 얼마간 겪고 나면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 결과로 교직원의 급여가 의례 1학기말이나 되어야 인상률이 확정되고, 학기 초로 소급하여 지급받게 된다. 학생들은 이를 일컬어 살벌하게도 등록금투쟁이라고 한다. 들리는 소식으로는 금년에는 전국적으로 각 대학 학생회가 연대하여 대학등록금 인상반대 투쟁을 전개할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한다.
 대학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상화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만감이 교차한다. 우선 누구를 대상으로 한 투쟁인지 의아하고, 대학 구성원 상호간이 어쩌다 투쟁의 대상이 되었는지 한심한 생각이 앞선다. 투쟁이라는 말을 쓰려면 대상을 분명이 하고, 대상이 같은 대학 구성원간이라면 좀 부드러운 말은 찾을 수 없는지 모르겠다.
 다음으로 매년 반복하는 등록금 책정협의를 이런 사태의 반복을 예방할 수 있는 보다 합리적이고 확고한 장치와 규정을 협의하는 데 집중하여야지, 그해 그해의 당면문제만을 해결하는 수준의 협의와 합의는 근원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기준과 과정을 거쳐 학생의 등록금을 책정하는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협의과정에서 대학에 필요한 경비 중 어느 부분까지가 수요자인 학생이 부담해야 할 부분이고, 재단이 부담해야 할 부분인가가 쟁점일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문제는 법률규정을 준수하여 각각의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 재단과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고려하며,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의 어려움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우리 대학들의 신입생 모집요강을 보면 중요한 등록금 액수는 구체적으로 공시하지 않고, 장학금과 기타 혜택이 어떤 것이 있다고만 공시하여 학생을 유인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제는 신입생 모집요강에 구체적으로 학과별 등록금 액수를 공시하고, 등록금을 졸업할 때까지 고정한다든지 또는 매 학년도 정부의 물가인상률을 적용하여 인상한다든지 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이를 참고하여 응모대학을 선택하는 일종의 입학계약의 형태를 취하는 방법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분쟁의 씨앗을 남기지 않는 합리적인 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원칙을 재학생에게도 적용해야 할 것이며, 특별히 공감할 수 있는 사안을 제외하고는 대학도 그 범위 안에서 예산을 배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홍재웅 교수(기초의학)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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