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파업현장을 취재하러 가던 날, 시간은 촉박하고 할 일은 많아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철도파업현장은 서울지하철 1호선 신이문역에 있는 이문차량사무소였다. 그날부터 지하철운행이 정상적이지 못해 1시간 정도 지하철을 타기 위해 기다렸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에 올라 겨우 신이문역에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계단 위를 빽빽히 채우고 있는 전경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정확한 사태파악이 안됐다. 주변을 기웃거리며 길을 묻고 또 물어서 이문차량사무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곳 역시 ‘이동파출소'라고 적힌 경찰들의 차가 쫙 깔려 있었고, 차량사무소로 들어가는 문은 철도 노조원들이 가로막고 있었다. 덜컥 겁먹어서 들어갈까 말까를 반복하다가 우연히 만난 아주머니께 차량 사무소 안의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아들이 파업에 참여하고 있어서 안쓰럽다며 작아지는 목소리의 아주머니는 지하철역으로 부리나케 사라지셨다. 곧이어 농성에 참여하기 위한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어 차량 사무소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필사적으로 노조 관계자 분과 연락을 취해 차량사무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차량사무소안의 철도공사 건물이 보였고, ‘중수선'이라고 써있는 돔 형태의 건물도 보였다. 바로 중수선이 파업을 진행하는 장소다.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 대부분은 ‘중수선' 안에서 침낭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고, 몇몇 분들은 식사를 하고 계셨다.
중수선은 거대한 건물이었지만 알루미늄 판으로 만든 터라 겨울 추위를 막기에는 역부족 인 듯해 보였다. 이곳에서 밤새 투쟁을 전개한 노조원들을 생각하니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들은 무엇을 위해 이토록 투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차량사무소 밖에 있는 시민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앞일을 내다보고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당장 자신에게 닥친 불편함에만 불만을 터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는 것은 너무도 정당한 것들을 얻어내기 위해서다. 시민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는 안전한 철도를 만들기 위함이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혜택을 사수하는 것으로 그들은 자신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이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보도를 하고 정부와 철도공사는 조속히 복귀할 것을 요청하며 물리적 압박을 가하려 한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철도공사.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언제쯤 대한민국은 정당한 것에 손을 들어줄 수 있는 것일까?

최미혜 기자  webmaster@inh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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