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학가에서 다양한 형태의 기부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대학 발전기금은 해당 대학 졸업생이나 지역 내 재산가로부터 대학을 포함한 지역 발전을 목적으로 전달받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국내 대학의 경우 재정 대부분을 등록금 수익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전기금 모금은 매우 중요하다. 대학 알리미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의 전체 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은 51.4%다. 이처럼 이전에는 기부자들이 거액의 현금을 대학에 전달하는 발전 기금을 통해 재정이 충당돼 왔으나 최근에는 펀드, 암호화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기금이 전달되고 있다.

다채로워진 기부 방식

이에 대학가에선 기부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현물 위주에 국한됐던 기부가 펀드, 암호화폐까지 확대된 것이다. 숙명여자대학교는 국내 대학 중 최초로 비현금성 자산인 펀드를 활용해 발전기금을 받았다. 기부문화가 발달한 해외에서는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국내에서는 펀드 운용과 관리 부담으로 기부에 응하는 기관을 찾기 어려워 이번 사례가 더욱 주목받았다. 고려대학교는 국내 대학 최초로 암호화폐를 통해 발전기금을 전달받았다. 2022년 1월, 고려대학교와 ㈜위메이드는 ‘암호화폐 발전기금 기부 협약식’을 열었다. 대표자로 나온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이사는 당시 기준 약 10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 ‘위믹스(WEMIX)’를 고려대학교에 기부했다.

동문에서 재학생으로

뿐만 아니라 졸업생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이전의 기부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학교에 기부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통해 기부 장벽을 낮추는 추세다. 큰 금액 단위의 펀딩과 기부가 아닌, 소액으로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서울대학교는 작년 9월 학생회관 식당에 ‘디지털 모금함(키오스크)’을 설치했다. 대학 구성원과 방문자 등이 키오스크를 통해 카드로 간편하게 ‘천원의 학식 기부금’을 결제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일부 대학에서 예산 부족으로 해당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며 지속 가능한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행됐다.

아주대학교 역시 나눔문화 확산을 위해 교내 로비에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재학생의 긴급 생계 지원을 위해서다. 기부 금액은 1만 원, 3만 원, 5만 원, 10만 원으로 이뤄져 있어 재학생도 적은 부담으로 기부문화에 동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이화여자대학교, 연세대학교, 중앙대학교, 성균관대학교, 강원대학교, 삼육대학교 등이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우리 학교는 아직도 제자리걸음

현재 본교는 ‘인하대학교 발전기금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가 가능하다. 기부 종류는 △온라인 약정 △기부금 약정 △인하사랑 후원의 집 △학과 발전기금이 있다. 작년 ‘비룡제’ 축제에서 본교는 3일 동안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액 기부 캠페인을 펼쳤다. 개교 70주년을 앞둔 모교에 대한 애정을 담아 1천 원씩 기부하는 내용으로 428명의 재학생이 참여해 총 56만 5천930원의 기금이 모였다. 그러나 해당 소액 기부캠페인은 일회성 행사에 그친다는 한계로 인해, 지속 가능한 소액 기부 문화로 정착되기 어렵다. 발전협력팀 관계자는 “천원의 아침밥, 기숙사 리모델링같이 목적성이 분명한 경우에만 비정기적으로 모금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대학 발전기금은 동문의 고액 기부금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기부자 예우 또한 1천만 원 이상의 기부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사과대 A학우는 “기부하고 싶어도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렵다”며 본교 기부 시스템에 관한 아쉬움을 전했다. 사과대 B학우는 “기부가 사회적 분위기나 군중심리에 따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너도나도 선행하고 싶다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요즘 친구들은 번거롭거나 귀찮은 방식이면 안 한다”고 키오스크의 간편함을 설명했다.

발전협력팀 관계자는 “본교에서도 기부 키오스크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꽤 많이 나와 실제로 타 대학 조사를 진행했지만, 종합적인 의견을 취합해 봤을 때 설치 및 운영 대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해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김지유 기자  jiyoo0504@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