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기자들이 작성했던 ‘취재수첩’ 코너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인하대학신문에 몸담게 된 각각의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사명감과 패기로 뭉쳐 신문사에 입사한 그들이 남긴 흔적을 훑어보며 그저 경외심을 느낄 뿐이다. 수습기자 모집에 합격한 뒤 기뻐하는 필자를 보고 누군가 물었다. “왜 하는 건데 그거?” 필자의 대답은 이랬다. “그냥, 재밌어 보이지 않아요?”

필자는 스스로를 ‘쾌락주의자’라 칭한다. 흥미가 느껴지는 분야라면 미친 듯이 몰두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무엇이든 쉽게 놓아버린다. 새삼 인하대학신문을 칭찬한다. “함께 본교의 역사를 써나갈 수습기자를 모집한다”는 홍보 문구 하나로 쾌락주의자인 필자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총대의원회가 뭐 하는 기구인지 알아요?” 수습기자 모집 면접에서 필자가 면접관이었던 편집국장에게 받았던 질문이다. 당당히 ‘모른다’고 대답한 뒤 면접을 마치고 학생회관 계단을 내려가며 느꼈던 자괴감이 아직도 생생하다. 학생사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흥미’만을 추구하며 기자가 되길 바랐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아직도 필자를 합격시킨 편집국의 판단력에 의구심을 표할 때가 있다.

간신히 입사한 뒤,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를 수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선배 기자들이 한 번씩은 느꼈다던 ‘퇴사의 유혹’을 필자는 아직 느끼지 못했다. 이제 와 회고하자면 기자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민망했던 수습기자 생활이 ‘재밌었기’ 때문이 아닐까.

무더운 여름부터 이어진 수습기자 생활을 마침내 청산하고 스산한 추위에 불쾌감을 느끼게 되는 지금에 이르러, 오늘도 필자는 신문사에 쓸쓸히 앉아 개강호에 실릴 이 글을 쓰고 있다. 학생사회에 전혀 관심 없던, 총대의원회가 뭐 하는 기구인지도 몰랐던 보통의 한 학생이 이제는 심심하면 학생회칙을 뒤적거린다. ‘대학생’이던 필자가, 비로소 ‘인하대학생’이 된 것 같아 참 좋다. 이 쏠쏠한 재미가 나를 이곳에 묶어두고 있는가 보다. 아, 사명감은 저절로 따라오는 법이다.

필자가 축약해 놓은 ‘이런 생활’이 재밌어 보이는 학생이라면, 인하대학신문에서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발전하는 학생사회를 위해, 적절한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도록”, 인하대학신문의 이 멋들어진 슬로건에 흥미를 느끼는 당신이라면, 인하대학교의 역사를 써나갈 자격과 능력이 이미 충분하다.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 것 같아도, 누군가는 당신의 이름 석 자를 머리에 새길 것이다. 학생회관 4층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일 수도, 기사를 읽는 독자일 수도 있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나.

언젠가 필자가 앉아있는 이 자리를 차지할 불특정 다수의 당신들을 통해 학생사회는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본교의 역사는 끊임없이 쓰일 것이다. 함께 가면 길이 되는 법, 당신이 걸어갈 그 길을 조금 앞서 걸어갔을 뿐인 필자는 당신의 여정을 묵묵히 응원하겠다.

박하늘 기자  skyrobbie@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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