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림돌] 나와 동아리 이야기

동아리는 나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어릴 적부터 나는 동아리에 진심이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마술 동아리에서 메인 MC를 맡아 각종 행사의 진행을 도맡았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힙합 동아리에 들어가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랩 문화를 배우며 새로운 음악 취향에 눈을 떴다. 학교 축제에 올라가 관중과 호흡하는 공연의 짜릿함을 맛보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며 협력하는 법을 배웠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스트릿 댄스 동아리에 가입하기도 했다. 역시 기존에 알지 못했던 분야를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할 수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부원들과 연습하며 땀을 흘리고, 서로를 응원하며 마침내 하나의 무대를 완성하는 순간의 짜릿함과 감동이 있었다. 2020년 8월에 입대하기 전까지 쭉, 나는 동아리를 통해 기존에 알지 못했던 것을 배우고, 내면의 나를 더욱 성장시켜 왔다.

2022년 2월, 나는 전역을 했다. 전역 후 1년간 동아리 활동을 쉬었다. 휴학하면서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은 삶을 즐겨보았다.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기도, 한적한 곳에 무작정 차를 끌고 가기도 했다. 하루종일 방해 없는 잠을 자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느껴진 것은 무료함뿐이었다. 힐링이나 행복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렇게 1년을 보내고 나니, 나는 동아리 활동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동아리의 장점은 나와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과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같은 취미', '교류',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나는 이 소중한 세 가지를 다시 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천의 한 연합 보드게임 동아리에 가입했다.

취미가 같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아주 큰 행운이다. 친한 친구들에게 갑자기 보드게임을 하며 놀자고 하면 안 놀아준다. 시간이 바쁘고 툭하면 보드게임을 하냐는 싫은 소리만 돌아온다. 이럴 때 정말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보드게임 동아리에 들어온 뒤로는 이럴 일이 없어졌다. 나와 보드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친한 친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동아리의 장점이다. 나처럼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만난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감이 오른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가 섞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견문을 넓힐 수 있고, 또 다른 세계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다. 굳이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단지 다른 이들과 즐거운 만남을 하며 서로 배우고, 응원하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동아리 활동의 가장 근본적인 장점이 아닐까.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이 커다란 우주에서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서로 만나야 하고, 연대해야 한다. 동아리는 그래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취미라는 핑계로, 인간적인 교류라는 핑계로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더욱 나은 인간으로 발전하게끔 한다. 만약 삶이 무료하고, 지치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껴진다면 새로운 동아리에 가입해 보는 걸 추천한다.

김무빈(철학·3)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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