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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톡톡] 내가 듣고 싶은 얘기는 왜 더 선명하게 들리는 걸까?

출퇴근 시간, 지하철은 붐비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지하철에서 울려 퍼지는 큰 소리도 모자라 여러 사람의 말소리, 울리는 전화벨, 아이들의 울음소리까지. 노이즈 캔슬링이 의미가 없을 정도다. ‘언제 내려야 하지? 전광판이 안 보이는데∙∙∙.’ 걱정도 잠시, 둘러싸인 소음 속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번 역은 인하대, 인하대 역입니다.” 잘 들리지 않던 안내 방송이 귀에 꽂힌다. 방송 덕분에 헤매지 않고 정확히 내릴 수 있었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뇌리를 관통한다. ‘나는 어떻게 방송을 들은 거지?’

이러한 의문은 ‘칵테일 파티 효과’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칵테일 파티 효과란 칵테일 파티처럼 여러 사람의 목소리와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도 본인이 흥미를 갖는 이야기는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하루 종일 다양한 소리를 듣더라도 필요한 정보만을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지각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칵테일 파티 효과는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에 의해 밝혀졌다. 콜린은 두 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먼저, 피실험자들에게 같은 목소리가 서로 다른 내용을 말하는 걸 합친 음성을 양쪽 귀에 동시에 들려주며 어느 한쪽에만 집중하라고 한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양쪽 귀에 각각 다른 이야기를 동시에 튼다. 이때, 피실험자들이 한 내용에 집중하며 들은 내용을 말로 반복한 후 그 내용을 종이에 적도록 한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피실험자는 두 실험 모두에서 자신이 관심 있어 하는 내용만을 선택해 기억했다. 즉, 웅성거리는 소리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들리기 시작하면 그들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며, 소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 안내 방송이 들리는 게 모두 칵테일 파티 효과에 의한 것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지진 당시 한 노모는 잃어버린 아들의 신음을 듣는다. 결국 구조대를 설득해 무너진 건물 속에서 아들을 구했다.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집념이 희미한 소리를 잡아낸 셈이다. 이 밖에도 층간소음이 스트레스로 인식되면 윗집의 작은 소음도 크게 들리거나, 시끄러운 레스토랑에서 종업원이 손님의 주문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상황 등이 칵테일 파티 효과에 해당한다.

이는 마케팅에서도 활발히 사용된다. 예를 들면, ‘ㅇㅇ님을 위한 맞춤 혜택!’과 같이 고객의 이름을 메일 제목에 적는 것이다. 이는 같은 광고 메일임에도 한 번 더 주의를 집중시켜 메일을 클릭하게 만드는 효과를 지닌다. OTT 플랫폼 역시 이를 활용한다. 고객의 과거 시청 경험과 취향을 분석해 고객이 선택할 확률이 높은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입력한 검색어와 연관된 광고를 노출하는 ‘키워드 마케팅’도 빼놓을 수 없는 예시다. 가령 ‘결혼’을 검색하면 결혼과 관련된 결혼정보사, 촬영 스튜디오, 메이크업 등 결혼과 관련된 광고를 볼 수 있다. 이는 특정 키워드로 방문을 유도하는 방법을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칵테일 파티 효과는 우리 생활 곳곳에 숨겨져 있다. 몰랐던 진실을 알게 되자 나도 모르게 효과를 의식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칵테일 파티 효과의 존재를 알아챈 순간부터 칵테일 파티 효과를 의식하며 살아갈지도 모른다. 이 또한 칵테일 파티 효과인 건 아닐까?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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