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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장기적 관점의 연구를 위해 필요한 한가지
  • 김지훈(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2)
  • 승인 2023.11.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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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한테 한국인의 기질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빨리빨리’라는 말을 할 것이다. 이 기질이 어디서부터 기원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한국이 1970년대 무렵, 본격적인 산업화에 들어선 후부터 생활 속에 ‘빨리빨리’ 기질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1970년, 산업화가 시작되고 전국 각지에 공장들이 세워졌다. 공장에서 물건이 만들어지고 정확한 시간에 선적과 운송 과정을 거쳐 상품이 판매되어야 하다 보니 이른 시간 안에 물건이 만들어지는 것이 중요해졌다. 이러한 행위들이 차츰 반복되어 단순히 공장에서뿐만 아닌 생활 속으로 ‘빨리빨리’가 자리 잡기 시작됐고, 이것이 일종의 사회적 사조로 이어져 한국인들의 DNA에 점차 각인돼왔던 것이다.

1966년 처음 “한국과학기술연구소”라는 이름의 정부 주도 종합 연구기관이 생겼을 때 과학기술계의 주요 과제는 외산품의 국산화였다. 이 무렵 연구소와 대학들의 주요 과제는 국가 산업정책과 발을 맞추며 해외기술의 국산화, 공정 기술의 최적화 분야에 집중돼 있었다. 물론 자연과학 분야도 나름의 연구를 이어가던 시기지만 공학 분야의 성과가 더욱이 중요시되다 보니 연구 흐름이 긴 자연과학 분야는 그 비중이 작았던 것뿐이다.

하지만 다르게 보면 자연과학 분야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다른 이유로 빨리빨리 문화를 꼽아볼 수 있다. 공학 분야는 연구의 성과가 구체적인 성과로써 빠르게 알아볼 수 있었기에 단기간의 연구가 곧바로 성과로 나타나고, 정부와 기업은 이런 성과를 보고 다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일종의 순환구조가 만들어졌었다. 반면 자연과학 분야는 공학 분야와 다르게 단기간의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었고, 성과가 나온다 한들 당시 실생활에 빠르게 적용하기도 어려워 공학 기술 분야와 같은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 힘들었다. 즉 빨리빨리, 단기간의 성과를 기대한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장기간의 긴 흐름을 가지는 연구를 하기 힘들었다.

최근에 국가R & D 성공률이 100%에 달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R & D분야는 필연적으로 실패를 가지고 갈 수밖에 없다. 혁신의 중심지인 미국 실리콘밸리조차 R & D성공률이 20%밖에 되지 않으니 말이다. 이 말은 달리 해석해 보면 성공률 100%는 성공을 할 수밖에 없는 연구를 계속해서 해온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주는 데 급급한 이러한 연구 환경에서는 파괴적인 혁신이 나올 수 없다.

파괴적인 혁신은 오랜 기간 성과가 나타나지 않지만 단 한 번의 성공이 나타나면, 그 성공을 세상을 바꾸는 혁신이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 X가 그렇듯, 창업 초창기 수많은 실패에도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결과 재사용우주발사체 시장이라는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 냈다. 창업 후 단기간에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했다면 지금의 일론 머스크는 존재했을까? 당연히 아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 몸에 깊이 각인된 빨리빨리 DNA를 걷어내야 단기적인 성과에 보지 않고, 장기적인 연구를 통해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김지훈(스마트모빌리티공학과·2)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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