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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건강정책은 도시계획과 함께해야
  • 변병설(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3.11.26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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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으면 많은 것을 잃는 것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말이 있다. 세계인권선언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건강권이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 보장돼야 한다는 것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특정한 계층만이 아니라 모든 국민이 건강한 환경, 쾌적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국가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추구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Health for All)”과 그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이러한 슬로건은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도시환경을 지향하는 것이다. 취약한 지역, 취약한 계층을 포용하는 정책을 펼쳐 지역의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것이다. 건강수혜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 지역이나 계층의 차이가 차별을 만들지 않는 공평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202311월 현재 103개 기관이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에 가입하여 정보를 공유하며 각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동안 지자체의 건강도시 사업이 상위법의 근거조항이 없이 조례를 만들어 사업을 추진했다. 근거 법률이 부재한 채,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힘을 받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건강한 생활공간을 만들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바로 국민건강증진법에 건강도시가 명문화되어 올해 12월부터 시행된다.

이제 지자체가 건강도시 사업을 힘차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그 동력은 지자체 공무원의 건강도시 업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건강도시는 지역주민의 건강은 지역에서책임지는 커뮤니티 케어와 연결되어 있어, 지자체 공무원의 건강 마인드가 필요하다. 지자체 사업책임자가 어떤 태도로 사업을 하느냐에 따라 사업 결과가 지역주민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예를 들어 공원을 조성할 때, 생활권 가까이 배치하느냐 멀리 배치하느냐에 따라 주민의 걷기 실천율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공원이 수변을 따라 조성되면 걷기의 상승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또한, 차도와 보행자도로가 서로 만나지 않게 설계한다면 지역주민은 자동차 도로에 방해받지 않고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는 환경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질병이 걸려 치료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어떤 질병은 영영 회복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질병이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건강증진 노력이 지혜롭고 현명한 삶의 방식이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증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는 활동 친화적 기반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 기반은 도시계획에서 찾을 수 있다. 걷고 싶은 산책로를 조성하는 것, 여가와 힐링의 도시 숲을 만드는 것, 편리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감 어린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 모두가 도시계획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업이다. 도시계획에 건강도시의 이념이 내재화될 때 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실용적인 건강도시를 만들 수 있다.

도시계획에 건강성이 내재하고 보건정책에 공간성이 포함되기 위해서는 보건정책과 도시개발정책이 연계되고 통합돼야 한다. 두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기 위해서는 두 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기계처럼 보건부서와 도시계획부서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칸막이 없는 정부, 통합적이고 혁신적인 정부조직체계가 형성돼야 한다. 서로 남남처럼 업무를 보았던 도시계획과 보건정책이 이제 하나의 부서처럼 통합적인 협업체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주민들이 건강도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민의 수요와 바라는 것을 사업에 담아낼 때 성공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도시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 한다.

변병설(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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