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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MZ특) 이런 거 좋아함

“나: ㅇㅇ 좋아할게, 심장: 뛰어줄게, 돈: 없을게”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파고드는 행위가 관련 제품이나 영역의 소비로 이어지는 ‘디깅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디깅 소비란 ‘파다’를 뜻하는 영어단어 ‘dig’에서 파생된 말로, 취향에 맞는 음악을 찾는 행위에서 시작해 점차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3’은 디깅러의 유형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한정된 공간, 시간 속에서 특별한 컨셉을 즐기거나 몰입해 자신이 변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바꾸고자 하는 컨셉형 △자신의 취향에 들어맞는 수집품이나 경험을 쌓아 SNS에 공유하는 수집형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더 빠져드는 관계형. 과연 이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컨셉형··· 이게 내 추구미

공허한 바람, 또각또각 구두 소리, 서걱거리는 연필로 가득한 이 밤. 당장이라도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만 할 것 같다. 이 영상은 드라마 ‘스카이캐슬’ 입체음향으로 주인공 예서 컨셉에 몰입해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외에도 과몰입러를 위한 다양한 컨셉이 준비돼 있다. 컨셉형 디깅러들은 “컨셉 빙의가 의지력을 상승시키는 것 같다”며 컨셉형 BGM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POV 역시 예시 중 하나다. ‘Point Of View’를 의미하는 POV는 일인칭 시점으로 시청자가 직접 눈으로 목격한 듯한 효과를 내는 카메라 촬영기법이다. 활용한 예시로는 가수 메간 트레이너(Meghan Trainor)의 ‘Made You Look’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난 구찌도 입을 수 있고 루이비통도 언제든 입을 수 있는데”라는 가사에 맞춰 각 브랜드에 어울리는 화장과 코디로 자신이 브랜드가 된 듯한 표정 연기를 하는 모습이 마치 모델 같다. 이후 “난 그런 옷 안 입어도 나만 쳐다보게 할 수 있다”며 꾸미지 않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 자부심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한다. 제작자가 만들어 낸 컨셉 안에서 60초 분량의 연극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캐릭터를 자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컨셉에 더 빠져들게 한다. 자기만족에서 더 나아가 자아실현, 성공으로 이어지고 자신에게 하나의 테마를 부여한다는 점이 컨셉형 디깅의 특징이다.

청음 공간에 앉아 LP를 감상하는 기자

수집형··· 내 것이 돼주라.

한적한 주택가 골목에 위치한 중고 LP 상점은 60년대 재즈부터 락,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LP로 빼곡하다. 가게 한쪽 청음 공간에 앉아 LP를 꺼내 턴테이블 위에 조심히 올려놓자 ‘지지직’ 장작 타는 소리와 함께 노래가 시작된다. LP의 소릿골을 따라 음악이 서서히 들려오며 어느새 이 공간에 나 혼자 남겨진 듯 고개를 까딱인다.

LP의 매력은 분명했다. 일반적인 스트리밍 앱과 다르게 LP는 직접 보고 만질 수 있어 음악과 가까워진 느낌을 준다. 다음 트랙이 나오기 전 잠깐의 지직거리는 로딩 시간이 답답하긴커녕 ‘다음은 어떤 노래일까?’하는 기대감을 부풀린다.

LP의 상승세는 최근 뚜렷하게 드러난다. 도서·음반 판매사이트 예스24에 따르면 지난해 LP 판매 증가율은 13.8%로 2020년(116.7%)과 2021년(47.3%)에 이어 3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국내 가수들도 트렌드에 맞춰 한정판 LP를 함께 발매하고 있다. BTS는 정규 4집 앨범을 LP로 발매했으며,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Dynamite, 2020)를 기념해 LP와 카세트테이프 한정판을 제작했다. 그 결과 예약 판매분이 전량 매진됐다. 한정판 LP의 경우 리셀(resell) 가격이 뜨거운 이슈 거리다. 가수 아이유의 한정판 ‘꽃갈피’ 앨범은 출시가가 3만 원대였으나 구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많아 리셀가가 약 300만 원으로 형성되기도 했다.

을지로 모 필름 현상소에 놓여진 필름 카메라들

여기에 또 다른 수집형 디깅러가 있다. 바로 필름 카메라 수집가다. 필름 카메라는 24장 혹은 36장의 필름으로 구성돼 그 필름을 현상하기 전까진 결과물을 볼 수 없다. 결과물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스마트폰 카메라가 있는데도 까다로운 필름 카메라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필름이 주는 느낌이 MZ세대가 추구하는 감성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실제 필름 현상소를 방문하는 고객층마다 추구하는 사진의 감성은 확연히 달랐다. 을지로 모 필름 현상소 대표는 “기존 필름세대인 40대의 경우 사진에 조금이라도 빛이 들어가면 속상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젊은 층들은 나름대로 감성이라 생각하고 가볍게 웃고 넘기는 것 같다”고 답했다. 최근엔 이러한 MZ세대의 취향을 반영해 필름의 뚜껑을 여닫아 일부러 필름에 빛을 넣는 기법을 가르치는 클래스도 생겼다.

기자가 체험해 본 필름 카메라는 상당히 어려웠다. 어둡게 나오기도, 심지어 빛이 과하게 들어와 하얗게만 나온 사진도 있었다. 그러나 꾸며내지 않은 과거 한 조각이 되레 아름답게 보정된 추억처럼 애틋한 마음이 들었다. 김애린(21) 씨는 “본인만의 개성이 넘치는 사람이 많아지다 보니 더 새롭고 특이한 걸 찾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필름 카메라 유행도 현시대엔 없는 새로움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라며 MZ 감성에 관해 설명했다.

생일 카페에 걸려있는 아이돌 멤버의 생일 축하 현수막

관계형··· 야 너두? 야 나두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기 싫은 궂은 날씨에도 한 카페는 유달리 사람들로 북적인다. 홍대에 위치한 한 건물, 아이돌 NCT 멤버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팬들이 모였다. 입구에서부터 멤버의 얼굴이 크게 꾸며져 있는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도 한눈에 그의 생일임을 알아챌 수 있다. 계단을 타고 내려가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마주친 건 그가 참여한 앨범이었다. 특히 생일 카페는 음료나 디저트를 시키면 어울리는 특전을 선물해 팬들에게 소비 욕구를 일으킨다. 음료를 구매한 팬들은 자리에 앉아 그의 얼굴이 담겨 있는 포토 카드를 음료와 함께 프레임에 담아 ‘예절 샷’을 찍는다. 아이돌 팬인 A 씨는 “같은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모이기 때문에 소속감, 친근함을 느끼게 된다”며 생일 카페에 가는 이유를 밝혔다.

팬덤 소비 문화는 카페뿐만 아니라 포토 부스에서도 퍼져 나가고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함께 프레임에 들어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움직임에 발맞춰 포토 부스 시장은 변화하고 있다. 2017년에 처음으로 포토 부스를 시작한 ‘인생네컷’은 기본 프레임에서 나아가 ‘최고심’, ‘잔망루피’ 등 다양한 인기 캐릭터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포토이즘’ 역시 아이돌 그룹과 협업을 진행해 큰 인기를 얻었다. 팬과 아이돌이 함께 찍은 듯한 컨셉이 특징이다. 아이돌 프레임을 애용하는 B 씨는 “실제로 연예인이랑 사진 찍기는 어려운데 프레임 안에 있는 연예인은 실제처럼 느껴져서 자주 찍는다”고 답했다. 콜라보 프레임은 셀프 사진관 이용 증가율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유튜브 빠더너스의 문상훈과 콜라보한 프레임은 오픈 일주일 만에 10만 명 넘게 촬영하는 쾌거를 이루며 인기를 자랑하기도 했다.

디깅 소비, 이젠 하나의 문화

가성비를 찾았던 기존 소비 패턴과 다르게 MZ세대는 자신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영역에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는 소비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인 제품, 항목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도 그들에겐 하나의 즐거움, 행복이다. 단순히 남들이 많이 한다는 이유로 유행을 따라가기보단 자신만의 취향을 반영한 디깅 소비를 이어 나가고 있다.

‘자기 행복을 위한 몰입’에 주목하는 MZ세대. 그들은 디깅 소비를 위해 소비하는 시간과 돈도 하나의 행복을 쌓아가는 과정으로 여긴다. 소비시장에서 큰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MZ세대가 가져올 변화가 앞으로도 더 기대된다.

김지유 기자  jiyoo050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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