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돌아가는 오래된 인쇄기 소리, 차가운 새벽 공기 너머로 보이는 비룡탑, 텅텅 빈 수인선 첫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기분.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기자 생활의 끝이 보인다. 이제 한 개 남았다. 필자의 이름을 걸고 쓰는 기사는 다음 달 나올 1311호뿐이다.

지원서 속 그 열정은 어디 간 채, 기자 생활의 끝물이 되니 자신감만 위축됐다. 원하는 방향대로 글이 안 써지고, 발행된 기사에 오타가 나간 적도 있으며 다시 보니 한없이 부족해 보이는 내용 때문에 잠을 설친 적도 있다. 모든 결과에 대한 끝없는 자책이 쌓이니, 완벽하지 못한 기자라는 생각 속에 빨리 이곳을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과거에 작은 실수에도 자책하며 좌절했던 기자의 모습이 부질없이 느껴진다. 사실 그동안 겪은 아쉬움은 모두 나로 인해 비롯됐다. ‘기사 잘 읽었다’는 3번의 칭찬보다 한 번의 아쉬움으로 스스로를 옭아맸다. 그렇게 과거에 집착했던 필자의 태도는 현재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반복되는 악순환에 ‘몇 번밖에 남지 않은 기사를 잘 쓸 자신이 없다’, ‘지난 기사는 너무 아쉬웠는데, 이것도 그럴 것 같다’를 되뇌며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끝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건 그 과정은 모두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자책과 후회가 무색하게도, 독자에게 의도가 전달되기까지 몇 번을 고쳤던 단어들, 같은 과 동기들이 필자로 인해 신문을 처음 읽었던 순간, 뿌듯함을 기억하고 힘을 냈던 과정들이 있었다. 수많은 아쉬움 너머로 소중한 과정을 잊고 살았다. 결국 그 또한 과거의 일부분이었다.

기자 생활은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됐지만, 그 안에서 동료 기자들의 존재도 큰 버팀목이 됐다. 자책하고 힘들어하며 신문사 일을 회피하고 농땡이를 피운 적도 있다. 그런데도 기자를 믿고 격려해 줬던 67기 선임 기자들과 68기 동기들, 잘 따라와 줬던 69기 기자들에게 글로써라도 고마움을 전해본다. 신문 발행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함께 달려온 모순적으로 행복했던 시간, 말하지 않아도 각자의 노력과 아쉬움을 이해하면서.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9개의 신문을 만들어 냈다.

일 년 반의 학보사 활동은 짧고 힘들다. 때로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불완전함까지도 돌아보면 기자에겐 진심이었다. 동료 기자들끼리 서로의 불완전함을 메꾸고 다음을 나아갈 수 있었던 시간도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기자에게 남겨진 목표는 그동안의 시간을 바탕으로 침착하고 차분하게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후회 없는 과거를 위해 현재에 집중하기를. 부드럽게 마지막을 흘려보내며, 충실하게 기본을 완성하고 싶다. 아직 ‘장서윤 기자’로서 발행할 마지막 호가 남아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2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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