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끝난 후 장광호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덕적항에서 내려 언덕을 굽이굽이 넘어가다 보면 서포리 해변 근처에 훈련장이 나타난다. 여기,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땀 흘리며 훈련에 매진하는 이들이 있다. 열기로 가득한 운동장 위에서 뛰고, 치고, 던지고, 잡으며 땀으로 온몸을 적신다. 이들은 덕적고등학교(이하 덕적고) 야구부다.

폐교 위기를 극복한 덕적고

2인 1조로 팀을 이뤄 타격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인천항에서 1시간 걸려 갈 수 있는 섬인 덕적도에는 섬 내 유일한 학교인 덕적고가 있다. 과거 덕적고는 신입생이 1명뿐인 상황에 처해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이에 덕적도 주민들은 폐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야구부 창단을 준비했다.

덕적고의 특성화를 위해 야구부를 선택했던 것은 예로부터 덕적도가 프로 야구 구단에서 전지훈련으로 자주 찾아오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장광호 야구부 감독은 “덕적도가 언덕과 완만한 산이 많은 덕분에 체력 훈련에 용이하고 서포리 해수욕장에서도 뜀걸음을 하며 체력을 단련하는 곳으로 유명하며 세계적인 야구선수인 류현진 선수도 자주 찾아와 훈련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었기에 야구부가 창단되기에 적합했다”고 야구부 신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야구부를 신설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야구부 창단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덕적도의 모래를 채취하는 업체와 주민들이 합심해 마을 복지 기금을 창단 기금으로 마련했고, 인천시 교육청으로부터 창단 승인을 받아냈다. 우려의 목소리를 보냈던 사람들도 창단 이후 섬에 학생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자 이내 모두 응원하고,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기 시작했다.

덕적도의 청춘들

덕적고에 야구부가 생겼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덕적고를 찾아오는 선수가 생겨났다. 김서준 선수(2학년, 내야수)는 서울에서 찾아왔다. 김 선수는 “덕적고 야구부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인데다 야구부의 분위기가 가족 같은 분위기라 좋다”고 전했다. 인천과 한참 떨어진 전남 무안에서 찾아온 선수도 있다. 바로 안승환 선수(2학년, 투수)다. 동생과 함께 입단한 그는 “동생과 함께하다 보면 아무래도 경쟁심이 생기고 형으로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며 “팀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인천 소재의 3곳뿐이었던 야구부가 한 곳 더 생겨난 만큼 연고지인 인천에서도 덕적고를 찾아왔다. 방준영 선수(2학년, 투수)가 그렇다. 그는 “전에 있던 야구부에서는 심리적 압박감과 강압적인 분위기를 많이 느꼈지만 이곳에서는 유한 분위기가 느껴진다”며 “관사를 사용하기에 선수들과 자주 함께 있어 돈독한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또 선수들은 각오와 목표를 전해 달라는 말에 전국 대회 8강 진출이 목표라고 답했다. 출신 지역도, 개인의 목표도, 이곳에 온 사정도 각자 달랐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공통된 목표는 8강이었다.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는 만큼 열의도 뜨겁다.

작은 고추가 맵다

장광호 덕적고 야구부 감독

장 감독은 다른 야구부와의 차이점에 대해 “선수단의 수가 다른 야구부보다 적은 것이 약점이자 강점”이라 답했다. 실제로 다른 야구부의 경우 선수단의 크기가 비대해 전 인원이 훈련에 참여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덕적고 야구부는 다른 야구부보다 수가 적어 전 인원이 훈련에 참여할 수 있다.

훈련은 선수들 전원이 참여하는 땅볼 처리 훈련, 투수의 피칭 훈련, 타자의 타격 훈련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땅볼 처리 훈련은 야구부 코치가 치는 땅볼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훈련이다. 코치는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캐치하고 어느 부분에서 개선해야 하는지 지도한다. 선수들이 여러 차례 돌아가며 훈련이 가능하기에 반복 숙달과 세밀한 지도가 필요한 이 훈련에서 덕적고 야구부의 강점이 드러난다. 피칭 훈련과 타격 훈련도 마찬가지다. 인원이 많은 야구부는 많게는 40명에서 50명이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주어진 공간에서 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3학년 선수 혹은 2학년 선수 위주로 훈련이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반면 덕적고 야구부에서는 1학년 선수도 함께 훈련에 참여하기에 저학년일 때부터 실력을 갈고닦을 수 있다.

청춘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

투수들이 피칭 훈련을 하고 있다.

덕적도 주민들이 덕적고 야구부 선수들에 가지는 애정은 남달랐다. 덕적도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현주 씨는 선수들에게 음료수 쿠폰을 제공한다. “감독님과 코치님과 같은 역할은 할 수 없으니 어떤 걸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쿠폰을 생각해 냈다”며 “이러한 나눔이 조금이나마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학부모들도 물심양면으로 선수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방학 중에는 급식이 제공되지 않는 탓에, 덕적도로 들어와 선수들에게 직접 밥을 해주고 있었다. 학부모 최현주 씨는 “덕적고 야구부의 위치 특성상 떨어져 생활한다는 걱정도 있었지만 선수가 야구를 워낙 좋아하고 적응해 나가서 믿고 맡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선수들의 입맛에 맞는 식당이 그리 많지 않지만 주민분들이 직접 음식이나 간식을 챙겨주는 경우가 있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나 덕적도 주민들은 “점점 사람이 없어지던 섬에 학생들의 웃음 소리나 등교하는 모습이 보이니 활력이 돋는 것 같다”며 반가움을 표했다.

‘플레이볼’부터 ‘3이닝’까지

지역주민들의 지원 아래에 덕적고 야구부는 쉼 없이 달려가는 중이다. 작년 2022년 5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는 16강의 성적을 내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장 감독은 “창단팀으로서 전국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것은 덕적고 야구부가 최초일 것”이라 말했다. 현재 덕적고 야구부는 1이닝부터 9이닝 중 어디까지 온 것 같냐는 질문에 장 감독은 “3이닝 정도에 온 것 같다”며 “앞으로 이 선수들이 그리고 덕적고의 야구부가 명실상부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지는 것이 본인의 과업”이라 말했다.

뜨거운 만루홈런을 기대하며

덕적고 야구부의 사인볼

올해 마지막 고교야구대회에서 덕적고 야구부는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선수들은 다시 돌아가 언제나 그랬듯 훈련을 시작할 것이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배트를 휘두르고, 공을 던지고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더 많은 땀을 흘리며 담금질할 것이다. 여름이 지나가고 찾아온 가을에 그들은 여전히 태양보다 뜨겁고 다가오는 겨울에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다시 봄이 되면 태양 아래 초연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날 것이다. 덕적고 야구부는 이제 막 3이닝을 마쳤다.

이재훈 기자  ljh1109@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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