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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쇠퇴하는 제조업, 떠나는 청년들

본 기사는 인천대신문과 합동 취재를 통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인천대신문이 작성한 기사는 10월 27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느새 인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가 생겼다. 이는 바로 ‘침체’. 많은 언론은 인천의 경제와 환경 등을 문제로 삼으며 인천의 어려운 현실을 꼬집는다. 그렇다면 인천은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생각이 없는가?

실제로 인천은 꾸준히 발전하려 노력해 왔다. 1999년 인천지하철 개통, 2001년에는 인천국제공항을 개항하고, 각종 산업∙물류단지를 조성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듯 장밋빛 미래만을 꿈꿔왔던 인천은 점차 현실을 자각하게 된다. 2021년 인천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33,287,000원으로 전국 평균에 비해 약 18%가량 떨어졌으며, 인천과 마찬가지로 제조업에 중점을 둔 울산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수치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어떤 기간 동안 어떠한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지역의 총인구로 나눈 값이다. 지역내 총생산이 낮다는 것은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낮아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천을 동북아 물류기지로 개발해야 한다”며 “인천은 물류 중심지로서뿐만 아니라 금융보험업의 중심지로서 발전하게 될 것”이라 전망한 것과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기자는 ‘도대체 인천은 왜 가시밭길을 걸어야 했으며 다른 도시에 비해 뒤처져야 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인천 산업 발전의 발자취

현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선 인천 산업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1960년 이후 정부의 수출주도형 경제 계획으로 공업화 정책이 추진됐다. 수도권 항구라는 이점을 가진 인천은 대규모 공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수출 단지로 활용됐다. 1965년엔 인천수출산업공단이 1969년엔 주안기계공업단지가 1970년부턴 인천비금속공업단지가 조성됐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천과 제조업은 한 몸으로 묶이게 된다. 즉, 인천이라는 도시는 제조업과 수출을 기반으로 하기에 이 두 분야에 인천의 흥망성쇠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2023년, 여전히 제조업은 인천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지만 인천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라진 청년, 인천은 왜 이들을 보내줘야만 했나?

 

무더운 7월의 어느 날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득한 곳이 있다. 바로 주안역이다. 아침 6시라는 이른 시간,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1호선으로 향하지만, 인천행 플랫폼은 유독 한산하기만 하다. 같은 시간대, 지하철에 탑승하려면 꽤 긴 줄을 서야 하는 서울행 개찰구와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개찰구 밖의 상황도 다를 건 없었다.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서울행을 택한다.

통계청이 2020년 발표한 「현 거주지별/통근통학지별 통근통학 인구(12세 이상)-시군구」 자료를 보면 서울에서 인천으로 통근∙통학하는 인구, 즉 인천으로 유입되는 인구는 6만 3천여 명이다. 그러나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통학하는 유출 인구는 16만 4천 명에 달한다. 유입 인구에 비해 유출 인구가 2.6배가량 많은 것이다. 이는 서울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도의 유입∙유출 인구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인천에서 경기도로 유출 인구는 18만 명, 유입 인구는 12만 명이다. 같은 수도권으로 묶이는 서울과 경기도지만, 인천은 계속해서 이 두 지역에 인구를 빼앗겨 왔다. 일을 하는 ‘젊은 인구’는 계속해서 유출돼 온 것이다. 이는 인천시 내 일터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인천의 주안공단. 많은 공장과 기업이 눈에 들어온다. 높고 크게 들어선 건물 사이사이를 지나다 보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공장마다 생산 품목과 산업은 제각각이었지만 어디서도 젊은 노동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자가 공장 건물들을 지나가자 따라붙는 시선엔 의아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는 인천시 청년 인구가 약 85만 명인 것을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다소 어렵다. 청년 인구는 많은데 왜 청년 노동자는 찾아보기 어려운 걸까?

인천시가 아닌 타 수도권으로의 통근을 결심한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일자리가 서울에 편중돼 있다는 것이었다. 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A씨는 “집과 가까운 인천에서 취업을 하고 싶어도 갈 수 있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 서울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역 청년의 지속적인 유출은 지역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성장 잠재력을 약화할 수밖에 없다. 김민배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前 인천발전연구원 원장)도 “청년이 없는 지역은 발전할 수 없다”며 청년 유출이 원도심 지역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을 짚었다. (인하대학신문 1307호)

청년 인구 유출은 결국 인천시의 전체적인 타격을 야기한다. 지속적인 인구 유출이 베드타운화(bed town化)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베드타운화란 어떤 지역이 대도시 주변에 위치해 낮에는 대부분의 인구가 대도시로 일을 하러 갔다가 밤에는 자려고 돌아오는 주택지역이 된 것을 말한다. 인천의 경우 대도시인 서울 근처에 위치해 서울의 인프라를 가까운 거리에서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베드타운화라는 단점을 불러온 모순적인 상황이다.

김민배 교수는 배드타운화의 원인으로 교통 인프라를 꼽았다. 김 교수는 “교통의 문제는 정시성의 문제가 되고, 교통의 혼잡은 도시의 경쟁력 저하와 신뢰에 영향을 준다”며 “인천의 경쟁력 약화는 결국 기업이 인천을 선택하는데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대기업이나 일자리를 창출해낼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이 인천에 새 지점을 설립하는 데 있어 인프라는 중요한 고려 요소다. 그러나 현재 인천은 교통 인프라가 미흡한 상황인데다 베드타운화로 인해 소비경제가 늘어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천시는 청년 인구 유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인천광역시 청년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인천은 4년 뒤 초고령 도시에 진입하게 된다. 인구는 자연 감소하고 특히 청년 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노동할 수 있는 인구가 사라지면서 인천의 경제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진 셈이다. 이러한 수치에 대해 김 교수는 인구 감소가 농업과 어업 분야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 해석한다. 또한, 지속적인 청년 인구의 감소는 인천의 산업기반인 제조나 물류 영역에서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청년 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제조업뿐만 아니라 물류, R&D에 다 영향을 준다. 이를 채우기 위해서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간단치 않은 문제”라고 전했다.

이렇듯 인천은 성장동력을 잃어버렸다. 청년이라는 연료도, 인구를 유입해 올 엔진도 없는 인천. 하지만 청년 인구 유출만이 그 원인은 아니다.

 

제조업 앞에 놓인 미래

 

전통적으로 제조업 중심의 인천에서는 낮은 고용탄력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고용탄력성이란 ‘노동 시장에서 일자리 수요나 공급의 변화에 대해 노동자와 기업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쉽게 말해 일자리의 유연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고용탄력성이 높다면 기업이 필요할 때 노동자를 쉽게 고용하거나 해고할 수 있다. 가령 서비스업에서는 수익이 늘어난다면 더 많은 고용을 통해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수익이 줄어든다면 해고를 통해 인건비 감축을 감행하기도 쉽다. 이와 반대로 고용탄력성이 낮으면 기업이 수익 변화에 따라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해고하기 어려워진다. 제조업이 대표적인 예시다. 보통 기계를 사용하는 제조업의 경우엔 1대의 기계를 돌리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인원은 정해져 있고, 거기서 고용을 늘린다고 하더라도 수익 확대를 기대하긴 힘들다. 여기서 만약 최소한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의 매출이 떨어지게 되면 고용자 수를 감축하는 것이 아닌 폐업을 선택하게 된다.

이는 인천 제조업의 경쟁력 쇠퇴와 맞물려 인천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조업은 1988년 전 산업의 절반 수준이었던 47%에서 2021년 26.5%로 대폭 하락했다. 하지만 이는 예견된 사실이었다. 제조업의 경우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베트남 등 다른 국가가 크게 부상한 것이 제조업 쇠퇴의 원인으로 꼽힌다. 제조업 강국으로 꼽히는 독일의 경우 높은 기술력이라는 경쟁력을, 중국과 베트남은 한국에 비해 저렴한 생산비용이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화와 기계화 역시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평에 위치한 대우 GM 자동차는 △부평 △주안 △남동 △시화 △안산 산업단지에 이르는 거대한 산업벨트를 형성했다. 그러나 자동차 자동 생산라인과 전기차 등의 등장으로 과거의 자동차 부품이나 제조업이 쇠퇴하게 된 것이 이 예시다. 쇠퇴한 제조업과 부품산업은 고용탄력성 저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기업 내 환경 역시 큰 영향을 미쳤다. 작년 12월, 미추홀구는 2022년 8~9월 인천일반산단·주안국가산단·도화기계일반산단3곳의 노동자 중 설문에 참여한 3,029명의 응답을 공개했다. 응답에 따르면 2021~22년 사이 이직자는 651명으로 이들 중 21.5%가 해당한다. 이직 사유로는 △임금(27.9%) △작업 환경(16.8%) △장래 발전 가능성(11.7%) △분위기 부적응(10.1%)이 꼽혔다. 그중 제조업에서의 이직률은 74.9%에 달한다. 연합뉴스 보도 자료에 따르면 미추홀구 관계자는 “청년층의 제조업 기피 경향과 일부 중소기업의 낮은 임금 수준 탓에 산단이직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별 청년유인력 특성 분석」 연구 보고서는 청년들의 산업단지 및 중소기업 기피 원인을 △낮은 급여수준 △생산/기술직에 대한 기피 △불안정한 근로 상태 △낙후된 근무 및 통근 환경 △열악한 주변 환경 △발전성 및 성장 가능성 미흡 △불충분한 채용경로로 분석한다.

실제로 남동공단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의 인터뷰에 따르면 대부분 연봉이 2,000~4,000만 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계 제작을 업무로 하는 35년 차 B씨의 경우, 야근과 잔업이 많은 편임에도 연봉은 3,000만 원이라 밝혔을 정도로 근속연수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편이다.

제조업은 인천 내 대학생들의 우선순위와도 거리가 멀었다. 본교에 재학 중인 C 학우는 인천에서 취업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C학우는 “일할 수 있는 기업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송도에 있는 셀트리온을 제외하면 대기업 본사가 없다. 대기업이 있는 도시는 대중교통이나 집값에도 긍정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다른 도시로) 가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사과대 D학우 또한 “생산직이나 기술직을 떠올려 보면 낮은 임금과 높은 업무 강도가 먼저 떠오른다”며 제조업을 취업의 고려 대상으로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최근 일어난 경제 악화는 제조업에 악영향을 불러일으켰다. ‘2023년 3/4분기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3/4분기 전망 BSI는 86으로 2/4분기보다 11p 하락했다. 수치가 낮을수록 경기가 좋지 않음을 의미하기에 상황이 더욱 악화했음을 알 수 있다.

제조업에 의존해 왔던 인천엔 빨간불이 켜진 것과 다름없다. 그렇다고 해서 물론 인천시가 마냥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시는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분야 세계 2~3위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주)와 (유)스태츠칩팩코리아 입주를 활용해 영종도 제3유보지에 반도체 특화단지를 유치하기 위해 공모에 참여했다. 그러나 7월 20일, 공모에 탈락하며 반도체 특화단지에 대한 꿈은 물거품이 됐다. 청년층을 유인할 수 있는 방안마저 사라진 지금, 인천시 제조업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김민배 교수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송도 유원지 △주안국가산업단지 △부평산업단지로 이어지는 벨트를 재구축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교수는 “현재 경인고속도로의 지하화가 진행 중으로 고속도로로 단절됐던 상부구조를 산단의 재생과 연계하는 도시계획을 추진해야 한다”며 “구로디지털산업단지, 마곡지구와 연계되는 첨단산업과 R&D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면 인천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부의 수도권 억제 정책과 관련한 문제도 덧붙였다. “경기도와 가까운 충남의 당진과 서산은 수도권이 아니라 많은 발전이 이뤄지고 있지만, 인천은 수도권 억제정책으로 인해 유리하지 못한 상황”이기에 대기업은 유치가 어려운 현실이라는 점도 지적됐다. “지역 대학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천만의 강점을 가진 중소기업을 키우는 것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청년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청년 친화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이 언급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산업단지별 청년유인력 특성 분석」 연구 보고서는 기업 수요를 반영한 교육과정 개설 등을 통해 근로자의 직무 일치 및 생산성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 자문으로 참여한 P교수는 “기업, 관리기관, 교육기관이 협업하는 체계가 유지돼야 한다. 산업단지 관리기관에서는 산단 환경개선 외에도 AI 등의 신기술을 다룰 수 있는 청년 근로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해야만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한, 인식 개선을 위한 현장 체험 프로그램 확대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같은 보고서에선 “청년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거부감을 해소하고, 기업에 대해 이해하고 학습하기 위해서는 대학과 기업 간 연계를 통해 기업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한 교통·생활·문화 등의 인프라 구축이 산업적인 처방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밖에도 존재하는 고질적인 문제

타지역으로 유출되는 청년인구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도 문제지만, 노동 문제도 끊이지 않는 문제다. 이번엔 문제의 원인을 파헤쳐 보고자 했다면, 인천시에서 지속돼 온 노동 환경문제와 인천에 들이닥친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은 다음 달 30일에 나올 ‘40년째 위기인 인천, 이대로 무너져야 하나’에서 다룰 예정이다. 부족한 청년인구부터 저물어 가는 해, 제조업과 80년대부터 끊이질 않는 노동문제까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희망 한 줄기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천은 이대로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탈피할 것인가?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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