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종합
[심리톡톡] 왜 귀여운 걸 보면 폭력적으로 변할까?

민족 대명절 추석, 고향에 내려가면 갓난아기인 조카가 반겨준다. 맑고 초롱초롱한 눈망울과 터질듯한 볼살, 그리고 옹알거리는 작은 입까지. 작은 손길 하나만으로도 때 탈 것 같은 순수함에 심장이 살살 녹아내린다. 무엇 하나 모난 점 없는 사랑스러운 조카를 보자 감탄이 나온다. ‘아기가 너무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어!’ 이처럼 사람들은 예쁘고 귀여운 것을 보았을 때 과격한 반응을 보이거나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곤 한다. 근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사실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사람은 감정에 압도당하는 상황에서 감정을 관리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하면 정반대의 감정으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귀여운 공격성(Cute Aggression)’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귀여운 공격성은 신체에 해로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감정 자극을 막는 역할을 한다. 즉, 아이나 동물 등 귀여운 것을 봤을 때 요동치는 감정을 억제하고자 뇌에서 폭력성을 이끌어내 균형을 맞춘다는 것이다. 귀여운 공격성은 자기 자신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는 것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다.

귀여운 공격성 이론은 오리아나 아라곤 박사의 실험에서 처음 발견됐다. 그는 109명의 사람에게 뽁뽁이를 나눠주고 귀여운 동물과 일반적인 동물 사진을 차례대로 보여주는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일반적인 동물 사진을 볼 때보다 귀여운 동물을 볼 때 더 많은 뽁뽁이를 터뜨렸다. 박사는 “귀여운 것을 보면 반대 감정을 끌어올려 안정을 되찾으려는 심리적 기제가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리아나 아라곤 박사는 가설을 세웠을 뿐, 심리 현상과 두뇌 활동 패턴을 알아낼 수 없었다.

이후 캐서린 스타브로폴로스 교수 연구팀의 실험을 통해 가설이 검증됐다. 연구팀은 귀여운 아기와 동물 사진 128장을 준비해 54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차례대로 보여주며 실험 참가자들의 두뇌 활동을 조사했다. 이후 이들에게 사진 속 아기와 동물을 보고 귀여운 공격성을 느꼈는지 질문했다. 실험 결과, 약 74%의 실험 참가자들이 귀여운 공격성을 느꼈다고 답했다. 이 심리 현상을 느낀 실험 참가자들의 두뇌를 조사한 결과, 전부 지나친 감정의 쏠림을 막고 균형을 되찾는 뇌의 보상 반응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듣는 사람마저 살 떨리게 만드는 귀여운 공격성. 폭력적인 말을 내뱉는 이 심리 현상에 과연 위험성은 없는 걸까? 조 마이어스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귀여운 공격성을 참을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을 갖고 있어 폭력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귀여운 공격성은 그저 사람의 심리 현상일 뿐, 이로 인한 범죄는 귀여운 공격성에서 발발한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문제라는 뜻이다.

유튜브에서 고양이 영상을 보던 친구가 ‘어떡해! 너무 귀여워서 다 부숴버리고 싶어!’와 같은 말을 들으며 불안에 떨었던 적이 있다. 혹시 친구는 귀여운 것을 보고 귀엽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인 걸까? 어째서 동물 사진을 보고 난 후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겁먹지 않아도 된다. 너무 사랑스러운 존재 앞에서 다소 거칠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무서운 사람이 아닌 그저 ‘귀여움’에 굴복한 것일 뿐이니까.

이소민 기자  sml4425@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소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