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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무너져버린 총대를 바라보며
이기원 기자

이 글을 쓰는 9월 21일 기준, 본교 학내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는 다름 아닌 ‘총대의원회(총대)’일 것이다. 9월 18일부터 3일간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총대 관련 게시글은, HOT 게시판에 올라간 글만 세어도 92개다. 동연 집행국 총사퇴 때도, 중앙학생회칙 개정 무산 때도, 이 정도로 여론이 들끓지는 않았다.

급기야 학생들 사이에선 '총대 해체론'마저 거론되는 실정이다. 대부분 대학에서는 독립된 대의원회를 두지 않고도 학생자치를 운영하므로,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말이다. 여러모로 생각할 지점이 많은 의견이다.

학생회와 대의원회를 완전히 분리해서 서로 견제하게 하는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용되는 방식을 학생자치에 차용한 것이다. 다른 대학에서는 단과대학운영위원회와 중앙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사회주의적 민주집중제를 채택하고 있다.

인하대학교는 1980년 초대 총학생회가 출범할 때부터 학생회와 대의원회를 분리하는 체제를 고수해왔다. 당시 대학가에서 사회주의가 큰 호응을 얻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채로운 일이다. 본교에서 학원민주화운동을 주도했던 하종강 초대 총대 의장의 취임 인터뷰에는 그 이유를 짐작해볼 만한 대목이 나온다. “대의원회는 모든 학생회를 견제하며, 仁荷大學(인하대학) 총학생회를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명실상부한 기구로 키우기 위한 곳이며, 만약 그곳에 악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면 과감히 뿌리째 뽑아버려야 할 곳도 대의원회라고 생각합니다. (1980년 4월 23일 인하대학신문 471호)”

오늘날의 학생들은 믿기 어렵겠지만, 총대는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설립 취지에 걸맞은 활동을 벌이며 학생들의 신뢰를 받아왔다. 예산 규모가 작다 보니 횡령이나 부패 유혹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고, 학생회에서 정파간 갈등을 벌어질 때에도 총대는 언제나 ‘중립적 중재자’를 자처하며 학생들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 노력해왔다. 그 결과 “학생회도, 동연도 믿을 수 없지만, 총대만큼은 신뢰가 간다”는 말은 불과 7~8년 전까지도 많은 공감대를 얻었다.

그랬던 총대를 두고 많은 학생이 ‘해체’를 거론할 만큼 거센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흔히들 지적하듯, 기형적인 대의원 충원 방식에 있다. 많은 단과대에서 ‘추천’을 통해 신규 대의원을 선발한다. 서명 한 번만 해달라는 지인의 요청을 거절하는 학생은 많지 않으니 사실상 ‘신청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누구나 특별한 시험 과정 없이 대의원이 될 수 있고, 제명이나 탄핵을 당할 만큼 심각한 사고를 치지만 않으면 쫓겨날 일도 없는 셈이다. 그러다 보니 대의원회 내에서도 학생의 의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원보다는 오랜 시간 활동하며 노하우를 쌓아온 의원의 영향력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개방적인 ‘의회’여야 할 총대가, ‘감사와 징계’라는 조직 고유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관료조직’이 돼버린 셈이다.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총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이를 개혁해나갈 의지가 있는 이들이 다가오는 11월 대의원선거에 대거 출마하는 것. 부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조직의 신념’보다는 학생 여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의원들이 더 많이 충원될 수 있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이기원 기자  qnal4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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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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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64 2023-10-03 17:05:22

    생각할 지점이 많은 글이네요. 부디 학생사회가 빠르게 정상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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