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윤 기자

학보사 기자가 된 지 어엿 1년, 언젠간 들을 수밖에 없던 말을 결국 듣게 됐다. 인터뷰이의 씁쓸한 한 마디에선 이 사회에 대한 기대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렇게 인터뷰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저한테 뭐가 돌아오겠어요. 그냥 하는 거죠.” 우리 사회 깊숙한 바닥에서 청년들이 성장통을 겪고 있음에도, 존재하는 모든 정책은 청년들에게 용기 한 줌조차 주지 못했다.

올해 초 서울시가 발표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고립·은둔 청년을 전국으로 추산하면 그 수는 61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산일 뿐, 한국 사회에서 고립·은둔 청년은 꾸준히 존재해 왔음에도 정확한 수조차 파악되지 못했다. 많은 기관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언론에서 고립·은둔 청년에 대한 기사가 끊임없이 양산되지만, 중앙 차원에서의 관심과 이해가 여전히 부족한 건 취재하며 만난 진짜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정책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몇몇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립·은둔 청년들을 위해 각종 심리치료 상담이나 일자리를 지원했다. 하지만, 청춘들에게 정말 필요한 건 물질적 지원이 아닌 세상을 견딜 용기였다. ‘물리적 지원받고 일단 자립’하라는 정책 제정자의 시선은 낙담과 절망에 빠진 청년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역부족이었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의 이야기는 더했다. ‘돈이 많아서 방 안에 산다’는 시선을 받았던 일, 도움을 받을 기관을 찾는 것조차 힘들었던 청년의 일. “나올 힘이 없었어요. 전 사회에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던 걸까요?” 그 말은 청년과 정책 사이 이해도의 부재를 그대로 보여준다.

비단 고립되고 은둔하는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일부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가진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고, ‘끈기와 열정’이 없다고 말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위로 아닌 위로는 말 그대로 성공에 대한 보장도 없이 미래를 위해 아픔에 무뎌지라는 말이다. 현재의 고난과 역경을 어떻게든 버티도록 만들 뿐이다. 결국 현실에 치인 청춘들에게 저 한마디는 ‘위험한 패기’가 될 것이다. ‘참으면 더 아프다’ ‘아프면 그냥 내려놓아라’ 그 한마디가 뭐가 그리 어려울까.

지금 청년세대에겐 위로와 용기의 말이 필요하다. 청년들의 아픔과 상처들이 방치돼 곪아 터지기 전에, 우리 모두가 반창고가 돼 줬으면 한다. 상처가 회복되기까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청년들을 믿어주는 시선이 필요하다. 곧 실수에도 너그러워지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청년들 주위에 존재하는 사람이었음 한다. 그래서 그들이 먼 훗날 돌아봤을 때 지금 이때가, 힘들었지만 언제든지 쉬고 재출발할 수 있었던 시절로 기억되길 바란다.

다시 인터뷰이를 만났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물론, ‘우린 청춘이니까’ ‘조금만 더 버텨요’ 같은 같잖은 말 말고. ‘내가 당신과 함께하고 있어요’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기자의 기사 하나가 가지는 힘은 미약할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기사를 통해 공감하고 누군가는 한 번 더 생각을 달리 해본다. 타인이 아픔이 또 다른 타인에게 이해 받는 순간이 온다. 그렇게 청춘들의 이야기는 힘이 실린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2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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