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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림돌] 대학의 족보(기출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자

시험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시험의 유형을 파악하고, 해당 과목의 핵심을 꿰뚫는 문제들이 시험에 출제되기에 기출문제는 공부하는 데 있어서 매우 도움 되는 자료이다. 대부분의 자격증 시험들의 주 공략법은 기출문제를 많이 학습하는 것이며, 원칙상 공개를 하지는 않지만, 여러 방법으로 시중의 문제집에서 어렵지 않게 기출문제를 구해 볼 수 있다. 중, 고등학교 때도 파일로 제공되지는 않았으나, 모교에서는 도서관에 있는 복사기를 이용해서 복사해 갈 수 있었다.

우리가 수능의 기출문제를 ‘족보’라 칭하지는 않는다. “기출문제”라는 단어가 있음에도 대학 수업에서는 이를 칭하는 단어가 족보로 변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교수가 직접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는 점에서 족보라 불렸을 것이다. 그러기에 기출문제를 얻는 방식이 과거에 같은 수업을 들었던 선배가 후배에게 물려주는 방식으로 대대손손 내려온다는 의미에서 족보라고 칭하게 되었을 것 같다. 어떤 교수님들은 대놓고 “족보를 구하는 것도 능력이다”라는 말한다고도 들었다. 작년 기출문제와 숫자까지 완전히 같은 문제가 출제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고득점을 얻기 좋은 자료임은 자명하다.

전공과목의 이해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족보를 구하는 능력이 반영된다는 것이 과연 우리가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때문에, 본인이 족보를 갖고 있다고 해도 같은 분반인 학우에게 족보를 의도적으로 공유하지 않는 일도 있다. 또한, 족보를 얻기 위해 원하지 않는 활동의 소모임을 들어가는 신입생들도 있다. 소모임의 본질까지 훼손되어 가고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학우들끼리 이 족보를 두고 금전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대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족보’만 검색해도, 수많은 과목의 족보를 사고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장 논리로 당연히 형성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족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자격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본인이 만든 문제도 아니고, 본인이 풀이를 제공한 것도 아니면서 금전적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족보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그냥 족보를 교수나 학교 입장에서 공개해 버리는 것이다. I-Class 공지 사항에 개강하자마자 학습에 참고하라며 작년의 기출문제를 공개하는 교수도 있다. 여러 어려움이 존재하겠지만 철저하게 재학생들에게만 학습 목적으로만 공유되고, 타목적으로의 사용 및 외부 유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조건으로 모든 수업의 강의계획서에 최근 3개년 기출문제를 첨부하는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모든 기출문제를 학사팀에서 관리하여 ‘기출문제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정보의 격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음은 인정한다. 하지만, 대학의 전공 과정에서 특정 인물들에게만 내려오는 족보로 인해 전공과목 이해도 이외의 요소로 더 좋은 성적을 받아 가는 사회가 지금의 2030세대에게 중요한 ‘공정’이라는 키워드에 대해 용납할 수 있을까? 대학에서부터 이뤄지고 있는 현상이 우리가 추구하는 ‘공정한 사회’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지 물음표를 던진다.

선우영현(기공)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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