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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 교권의 현주소
서이초 학생이 쓴 추모 포스트잇

비가 쏟아지는 주말, 서초구 서초2동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포스트잇에 삐뚤빼뚤한 글씨를 적어 벽면에 붙이는 초등학생, 벽면을 가득 채운 메모지 앞에 서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 운동장 한쪽에는 빗물 젖은 포스트잇을 한 장 한 장 말리고 있는 선생님들까지. 침울한 분위기 속 누군가는 흐린 하늘을 향해 애도의 한마디를 뱉어냈다. 2023년 7월 23일, 이날은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의 비극이 발생한 지 6일째, 그리고 추모를 위한 서이초등학교 분향소가 운영되는 마지막 날이었다.

 

사건의 발단, 교권 침해의 가능성

7월 18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이초등학교에서 23세의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진 교사는 작년 3월 임용된 새내기 교사로, 올해 서이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사건 초기에는 커뮤니티를 통해 여러 추측성 의혹이 거론됐지만, 이후 교육부ㆍ서울시교육청 합동조사단을 통해 △주변인들에게 학생 지도에 대한 어려움 호소 △학기 말에 업무가 몰린 점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받은 사실이 밝혀지며 고인의 사망 원인에 교권 침해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이들을 너무도 사랑해서 교사가 됐을 텐데, 아이들을 가르친 그 현장에서 떠나시기까지 그 마음이 너무 아파서 가늠이 안 돼요.” 추모 현장에서 만난 교대생 A씨는 눈물을 머금고 말을 이었다. “이제 정말 교권 보장을 위한 관심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많은 분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교사의 비극으로 제기된 한국 교권의 실태. 지금 대한민국에서 교권은 잊힌 지 오래였다.

 

무엇이 그들을 힘들게 했나

추모하고 있는 시민의 모습

2021년 10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는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열거돼 있다.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로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행위 △교육활동 중인 교원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 △교육활동 중인 교원의 영상, 화상, 음성 등을 촬영, 녹화, 녹음, 합성하며 무단으로 배포하는 행위 △학교장이 교육 공무원법 제43조 제1항에 위반한다고 판단하는 행위는 교육부 고시상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해당한다. 학부모의 악성 민원은 이 중에서도 3항의 교육 활동 침해로 정의할 수 있다. 인천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현직 교사 B씨는 “학교급(초중고), 위치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전반적인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이 막 나가더라도 교사가 제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교사의 지도를 문제 삼고 자녀의 잘못을 덮으려는 상황들은 이미 여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교권보호위원회(이하 교보위) 심의 건수를 보면, 2020년을 제외하고 최근 5년간 교보위 심의 건수는 한 해당 2천여 건이 넘는다. 더하여 2021년 심의 건수는 2,269건인데 반해, 2022년 교보위에 소집된 사안은 3,035건으로 집계됐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등의 중대한 사안에만 시교육청의 판단으로 교보위가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교권 침해가 추가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교육자의 길, 그 가운데에 남겨진 건

교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이미 현직 교사와 예비 교사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본교 사범대에 재학 중인 신영찬(사교·2) 학우는 “교육 현장에서 연차가 적은 선생님께서 힘든 업무를 맡으시는 모습을 봤고 주변 교육 관련 지인으로부터 ‘너 꼭 선생을 해야겠냐’는 소리도 듣는다”며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과 지인을 통해 들은 교육 현장 사이 차이가 크게 나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범대 C학우는 “사범대에 들어와서 공부하면서도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직업선택에 두려움과 망설임이 더 생기게 되는 것 같다”는 심정을 전했다. D학우 역시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그는 “교권과 학생 인권은 대립한다는 가치관이 존재해, 교권은 과거에 비해 학생 인권 강화 과정에서 등한시됐고, 그렇게 현재까지 오게 됐을 것”이라며 “학창 시절부터 교사라는 직업이 1순위였는데 요즘은 내가 교단에 서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의 교권 침해에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약 7년간 교사 생활을 한 B씨도 말을 전했다. 그는 “이번 사건 전에도 교권이 침해되는 사례들이 있었지만, 안타까움을 달래며 넘어가거나,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충분히 공론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오랜 시간 누적된 문제들이 안타까운 방식으로 터진 것 같아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나

교육부는 사건 이후 교권 회복을 위한 국회 공청회를 개최하고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발표했다. 향후 이 시안이 시행된다면 학교별로 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이 꾸려져 교육행정 공무원들이 교사 대신 민원을 받게 된다. 또한 학생이 교원의 교육활동을 침해할 때 피해 교원과 학생을 즉각적 분리 조치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소지품을 압수할 수 있도록 학생인권 조례 개정을 권고하는 내용이 시안에 담기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대책에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16일 교육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해 “교육공무직은 민원인의 감정 쓰레기통과 욕받이가 되라는 졸속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200여 개의 교육 시민단체가 모인 서울학생인권조례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는 7월 31일 보도자료에서 학생인권조례를 교권 추락의 원인이라고 지목하는 교육부 장관을 비판하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2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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