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
[기획] 인천 의료 골든 아워

인천이 공공의료와 도서지역 의료 부분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지역 의료격차 실태발표 및 개선촉구 기자회견’에 의하면 인천, 전남, 경북은 치료가능 사망률(제대로 치료할 수 있었으면 살릴 수 있었던 죽음)이 높으며, 의사 수와 공공병원 설치율 모두 전국 평균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실련 발표가 인천 지역 의료 종사자들에게 던진 파문은 컸다. 인천은 인구가 300만 명에 육박하는 한국의 관문도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시민 삶의 질 보장에 가장 중요한 필수의료 기반이 허약한 도시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인천은 진료권별 필수의료를 책임져야 할 공공병원 인프라가 부족하고 서해 도서지역 주민들이 여전히 필수의료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었다.

인천의 필수의료가 취약하다는 점이 전문가와 지역사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인천 의료의 특성과 문제점 및 대안을 톺아봤다.

 

인천 의료자원과 지리적 특성

의료전달체계에서 정점 역할을 하는 인천 지역 최상위급 종합병원의 서비스 질은 높은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서는 난이도 높은 의료행위 역량 등을 평가하여 3년 주기로 상급종합병원(흔히 3차의료기관이라는 명칭과 혼용)을 지정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45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는데, 인천은 △인하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이중 인하대병원과 가천대길병원은 ‘보건복지부 2022년 의료질 평가’에서 가장 높은 ‘1-가’ 등급을 받은 바 있다. 전국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1-가’ 등급을 받은 병원은 8개에 불과하다.

여기에 더해 인천은 서울과 생활권을 공유한다는 지리적 특성을 가진다. 의료 부분에서 인천 시민들은 인천에 있는 병원 대신 서울에 있는 병원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인천 시민들이 의료서비스를 선택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인천 소재 병원과 서울 소재 병원 모두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인천이 도시 내 양극화 현상이 심한 지역이라는 것이다. 유독 필수의료 분야에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 전국적으로 최상위급 의료의 질을 인정받고 있는 상급종합병원이 존재하지만 시민들의 생활 가까이에서 필수의료를 적정하게 제공해야 할 일반 종합병원이나 공공의료기관 인프라는 취약하다. 이러한 불균형이 인천의 필수의료가 부족하다는 문제의 본질이라는 지적이다.

흔히 의료 자원이 적정한지를 따질 때, 필수의료를 담당하게 되는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수를 비교한다. 인천시 제2의료원 설립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에 의하면 인천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은 총 20개소이며, 인구 10만 명 당 종합병원 병상 수는 284.4개다. 이는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과 붙어 있다는 점이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의료인력과 환자 모두가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 때문이다. 필수의료의 경우 지역에서 의사가 빠져나가면 전공의가 부족해지고, 그로 인한 기존 의료인력 업무 강도 상승으로 휴직, 사직이 증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인천도 이미 의료인력이 빠져나가는 위험신호가 켜진 상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별의료이용통계 자료 분석에 의하면 2021년 인천의 의료인력은 인구 1만명 당 △의사 18명 △전문의 15명 △간호사 43명인 반면, 서울은 인구 1만명 당 △의사 34명 △전문의 26명 △간호사 62명이었다. 서울로 의료인력이 유출되면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의료인력뿐만 아니라 환자도 유출된다. 인천에서 20년간 거주한 김 모씨는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 가천대 길병원(인천 남동구)과 세브란스 병원(서울 서대문구)을 고민하다 세브란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이동하는데 시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비슷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인천 시민들이 인천 소재 병원보다 서울 소재 병원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훈재 인천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장(이하 이 단장)은 “인천은 공공의료기관 등 필수의료를 담당할 거점 의료기관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분명하지만, 시민들의 서울 소재 의료기관 접근성이나 선호도가 높아, 의료공백이 실제보다 큰 것처럼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궁지에 몰린 인천 공공의료

한국 의료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했다는 점이다. 의료전달체계는 각 동네에 있는 1차 의료기관과 입원환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2차 의료기관 그리고 상급병원인 3차 의료기관 순서로 환자가 의료기관을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2차 의료기관은 1차와 3차 병원 사이에서 중간 허리 역할을 하여 1차 개인의원에서 치료하기는 벅차지만 3차 상급종합병원까지 갈 필요 없는 진료를 담당한다. 2차 의료기관 중 필수의료를 담당할만한 역량을 갖춘 공공의료기관을 지역거점병원이라고 한다. 최근 정부에서는 전국을 70개의 진료권으로 구분하고 특정 지역거점병원을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해 필수의료 제공 중심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인천은 진료권별 지역책임의료기관 역할을 해야 할 공공의료기관이 부족하다. 70개 중진료권별 책임의료기관 중 인천은 △인천서북(서구∙강화군) △인천동북(부평구∙계양구) △인천중부(중구∙남구∙동구∙옹진군) △인천남부(연수구∙남동구) 권역으로 나뉜다. 이중 중진료권 책임의료기관이 있는 권역은 인천중부와 인천남부로 각각 인천광역시의료원(병상 359개), 인천적십자병원(병상 158개)이 있다. 인천 서북권역과 동북권역은 책임의료기관이 없다.

인천 지역 공공의료기관은 인프라마저 취약하다. 미래병원경영컨설팅의 ‘취약한 인천지역의 공공의료기관 확충 및 구축 방향’에 따르면 인구 100만명 당 인천의 공공의료기관은 2.4개소인 반면 특·광역시 평균은 4.3개소다. 이러한 통계는 인천의 공공의료기관이 여타 대도시들에 비해 부족함을 보여준다. 또한 공공의료기관은 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의료기관현황 자료 분석에 의하면 2021년 인천의 공공의료기관 의료인력은 인구 1만명 당 의사 4명으로 인구당 의사 수가 서울과는 8배 전국과는 6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공공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필수의료에서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문제점을 드러낸다.

2023년 인천광역시 공공보건의료 시행계획을 보면 전공의들이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한 주요 필수의료 과목을 기피하는 문제가 심화되며 지난해 인천 소아응급의료센터 입원 병동이 폐쇄됐다. 현재 전문 의료인력이 충원돼 입원 치료가 재개됐으나, 응급을 포함한 필수의료인력의 수급문제가 심각하다고 명시됐다. 이처럼 공공의료기관의 필수의료인력 확보 문제는 만성화된 상황이다.

조승연 인천광역시의료원장은(이하 조 원장) “(사람들이) 공공병원을 믿고 갈 만한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 현실”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이를 지탱해야 하는) 공공의료마저 취약하다”며 “결국 지역의 환자들은 어디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지 모르는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의료기관의 취약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인천 지역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공공성 강화 위한 근본적 시스템 마련 필요

전문가들은 인천 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반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조 원장은 “의료가 공공성 없이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당해 왔다”며 “의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그렇게 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없지만, 큰 비전을 얘기한다면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의료전달체계 붕괴 같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윤을 위한 민간병원 중심체계를 바꿔 나가기 위해선, 공공병원을 많이 짓고 규모를 키워야 정부가 정책으로 밀고 갈 수단이 생긴다”고 밝혔다.

실제로 OECD 선진국들은 의료 부분에서 공공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의 ‘일본 의료제도의 발전과 현안 과제’를 보면, 일본의사회는 의료를 교육과 같이 ‘공공재 (사회적 공동자본)’로 믿고 있기 때문에 의료가 이윤 획득을 위해 사용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현재 한국은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5.5%로 OECD 국가 평균 65.5%보다 12배가 적은 수치다. 공공병상수는 9.6%로 OECD 국가 평균 85.7%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 OECD 국가들과 한국의 공공의료기관 현황이 정반대인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들은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다. 계명대학교 의과대학에 재학중인 B씨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게 되면 생활 인프라나 금전적인 부분에서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필수진료는 미용, 성형 등 진료에 비해 보상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기에 사명감 만으로 버티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심정을 내비쳤다. 이어 “이런 점들이 개선된다면 의사들이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 원가 보상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매년 너무 낮은 수가 인상률로 의료기관의 존립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수가가 줄어 의료기관은 더 많은 환자를 보게 되고 소위 말해 ‘3분 진료’ 같은 기형적인 진료가 고착화됐다. 의사들은 필수의료 대신 각종 비급여 진료(미용 ∙ 성형 등)로 수입을 충당한다. 여기에 더해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수가 결정 과정이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공공병원에 필요한 필수의료를 하지 않고, 보험 수가를 적용 받지 않아도 되는 비급여진료로 몰리게 된다. 의사 개개인의 탓을 하기 전에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 도서지역, 의료 접근 자체가 어려워

지역책임의료기관 취약으로 어려움을 겪는 인천 본토 지역은 도서지역에 비하면 의료 접근성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인천 내 도서지역이 있는 옹진군은 의료취약지역 중에서도 의료서비스 접근이 가장 취약하다. 2023 옹진 섬 공공의료서비스 확충방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옹진군의 의료 취약성이 명확히 드러난다.

옹진군의 보건의료서비스 인프라는 전국 시·군·구 중 가장 취약한 수준인데, 옹진군 관내에는 총 26개소의 각급 보건의료기관, 병상을 보유한 의료기관은 백령면에 1개소 운영되는 것이 유일하고, 차로 이동 가능한 도서지역인 영흥면을 제외한 나머지 도서 지역에는 민간의료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다. 주민 대부분이 보건소 건강증진 서비스에 대한 접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보건지소나 진료소를 통해 흔한 질병의 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뿐이다.

차로 이동이 가능한 연륙도인 ‘영흥도’에서 만난 주민 이 모씨. 그는 “영흥도에 의원이 한군데 있어서 기본적인 진료 및 처방은 가능하나 세밀한 진료나 치료가 만족스럽지 못해요. 소변 배출같은 전립선 질환이나 관장 등의 기본적인 의료 행위조차 인근 시화병원으로 안내하는 경우가 있어서 다른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고요”라며 불편을 토로했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덕적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덕적도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현주씨는 “감기 보다 조금 더 아프면 싶으면 다 (섬 밖으로) 나가야 해요. 상태가 안좋을 때 여기 보건소에서 해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한정적이거든요. 어르신들 같은 경우는 중풍 같은 게 오는데 기상 상황이 안 좋아서 제 시간에 치료를 못 받은 상황도 있었어요”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뒤이어 방문한 덕적보건지소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보건소 관계자는 “덕적도는 병원이나 약국이 없고 의료기관은 덕적보건지소가 유일하다. 보건지소는 진료 과목이 한정돼 있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정밀 검사나 치료는 인천으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응급이송도 본토 기상상황에 따라 제약이 많아 주민들이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훈재 단장은 “인천 옹진군 도서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의료서비스 접근성이 가장 불리한 지역이다. 재정자립도가 취약한 옹진군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최근에는 공중보건의사 지원도 급감하고 있어 이대로 방치해서는 도서지역의 의료서비스 접근성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도서지역 의료 접근성 강화해야

도서지역 주민들은 모두 도서지역에 의료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지역의료개선을 위해서 가장 바라는 점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영흥도 주민 이 모씨는 “응급환자 발생시 119를 이용할 경우 환자의 최대 이용거리가 인근 시흥시 시화병원으로 국한돼 있어서 환자 상태에 따라 불편함이 있어요. 119차량을 이용할 때 환자가 원하는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거나 영흥도나 가까운 대부도에라도 집중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이 설립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라고 밝혔다. 동일 질문에 덕적보건지소 관계자는 “인프라 확충이 중요하다. 시설면이나 장비 면에서 본토만큼의 시설과 장비가 없기 때문에 추가로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 출처, 서해 5도 주민과 현지 공무원들이 요구하는 보건의료서비스 개선 과제에 의하면 △의료기관 신설, 확충 28.1% △응급환자 수송체계 확립 25.7% △의료인력 확충 18.6% △진료과목 확대 18.2%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서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강화돼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2023 옹진 섬 공공의료서비스 확충방안 연구를 살펴본 결과 옹진군 도서 지역 보건의료서비스 기반 확충방안으로 ‘24시간 응급의료진료 기능을 담당하는 섬 안심 보건지소(기능확대형 보건지소)설립’에 역점을 두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명시돼 있다.

도서지역 의료서비스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으로 이 단장은 “인구가 2~3천명도 되지 않는 도서지역에 입원시설을 갖춘 병원급 의료기관을 설립해서는 운영이 지속가능하지도 않고 주민들 또한 입원시설을 갖춘 병원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 낮시간 일반진료만을 담당하는 도서지역 보건지소를 24시간 응급진료와 건강증진서비스를 병행할 수 있는 기능강화보건지소로 확대하고, 응급환자 후송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시도해야 한다. 이러한 도서지역 의료서비스 인프라 확충은 법적 책임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야만 해결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인천 의료 골든 아워
한국 의료체계는 지방에서부터 시시각각 붕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인천은 필수진료를 위한 공공의료 부실, 도서지역 의료 사각지대 등의 위험 신호가 지역 전반에서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다. 지역의료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기 전에, 문제를 파악하고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단장은 “필수의료 전달체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의료의 공공성을 견인해야 할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의료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서해 도서지역 주민들의 필수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마련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재형 편집국장  qkrwogud0@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재형 편집국장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