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아스팔트 아지랑이 사이로 할머니는 오늘도 폐지를 줍기 위해 리어카를 끌고 동네를 나선다. 허리를 숙여 가게 앞에 놓인 박스 더미들을 무거운 리어카에 싣는 그녀의 허리는 오늘도 굽어만 간다. ‘폐지 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생계형 폐지 수집 노인의 하루 평균 일당은 1만 428원에 불과하다. 이 열악한 폐지 수거 환경 속에서 발 벗고 폐지 노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개선하려는 기업이 있다. 바로 사회적인 공헌에 앞장서는 기업, 끌림이다. 끌림의 대표 이민혁 씨를 만나봤다.

따뜻한 손길로 끌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끌림을 이끌기까지

지난 5월부터 끌림의 대표를 맡게 된 이민혁 대표. 고등학교 시절 언론에 보도된 끌림의 기사를 보고 받았던 강한 울림은 대학생이 된 그에게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의 대학 생활은 사회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활동에 열렬히 참여하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티움이라는 연합 동아리를 통해 ‘생활상권’ 연합단체와 ‘행운동 상권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몇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에 제가 참여했던 것은 원데이 클래스를 대학생의 니즈에 맞게 변형하는 활동이었는데, 그때 보람과 만족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경험을 쌓아가던 그는 고등학교 때 접했던 끌림의 의미를 대학생이 된 후 가슴에 되새겨 보며 끌림에 지원한다.

끌림의 이야기

‘리어카를 끌다’, 광고를 통해 ‘시선을 끌다’, 더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끈다는 뜻을 품고 있는 끌림은 자체 개발한 경량 리어카에 광고판을 붙여 리어카를 끄는 폐지 노인에게 광고 수익을 배분하는 기업이다. 폐지 노인은 끌림으로부터 자체 제작 경량 리어카를 기간에 제약 받지 않고 무상대여 서비스를 누리며, 폐지 수거 외에도 광고로 인한 추가적인 임금 혜택을 받고 있다. 8월 11일 기준 끌림의 광고비는 12만 원으로 그중 7만 원이라는 절반이 넘는 금액을 폐지 노인에게 환원하고 있다. 순환자원정보센터에 따르면 신문지의 가격은 전국을 기준으로 1kg당 130.5원이며 골판지는 72.7원이다. 누군가에게 7만 원은 작은 돈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폐지 가격이 하락하는 요즘 폐지 수거인에게 끌림으로 얻는 추가 임금은 소중한 생계 수단이다. 더하여 38kg의 경량 리어카에 광고판을 부착함으로써 리어카를 끄는 폐지 노인에게 ‘광고인’이라는 자부심을 품게 한다.

끌림은 ‘인액터스’라는 사회공헌 연합 동아리의 미니프로젝트를 통해 구상돼 2016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인액터스는 각 대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창업 프로젝트를 꾸리고 우수 팀을 지정해 해당 팀을 지원하고 있다. 끌림의 사업 아이템은 전국 고물상과 연락하던 도중 고물상 관계자의 “고물상보단 폐지 수거 어르신들을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기업의 운영형태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법인으로 등록된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이 대학생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1년이라는 임기를 두고 활동하는 일종의 동아리 형태다. 이러한 운영 상황 때문에 외부에선 “기업인데도 전문성이 낮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매년 회의록을 작성해 이를 바탕으로 부서별 담당자가 기수마다 <끌림의 역사>라는 책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팀원들이 계속 인지하도록 하고 앞으로의 활동에 지장이 없을 수 있게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주변의 염려와는 다르게 그들만의 뿌리를 갖춰 나가는 끌림은 이미 단단히 무장돼 있었다.

한편 최근에 끌림은 시스템 개편으로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기존에 모아져 있던 구성원을 회계 법무팀, 리어카와 고물상들을 관리하는 관리팀, 홍보 담당 마케팅팀으로 새롭게 재구성해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이다. “시스템 개편을 통해 사업별 구분이 어려워 발생하는 모호성과 일의 비중 차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의 시스템이 정착한 이후의 과정은 지켜봐야 한다”고 답했다. 코로나 시기의 비대면 회의 체제를 일부 대면으로 바꾸기도 했다. 모든 활동을 전격 대면화하기보단 비대면으로 진행하던 전체 회의는 그대로 유지하되, 새롭게 구성한 팀별 회의는 대면으로 진행한다. "비대면으로 회의를 진행하다 보면 아무래도 모든 팀원이 시간 내에 집중해서 참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회의가 지나치게 늘어지거나 혹은 말하는 사람만 말하게 되어 예정보다 빠르게 끝난다는 문제가 있었어요. 코로나가 끝나고 실제로 회의를 일부 대면화 하면서 일의 효율이 올라가는 것을 많이 체감하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모든 회의를 대면화 할 계획이에요.”

좋은 마음에서 시작했으나 그래도 어려운 과정은 있어

7년간 기업을 거뜬히 운영해 오던 끌림에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바로 공익성과 이윤추구 사이에서의 갈등이 원인이었다. “기업이 살아있기 위해선 결국엔 이윤 창출을 해내야 하므로 공익과 이윤 사이에서 저는 이윤을 창출하는 쪽을 택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르신과의 관계에 있어 수익과 공익의 균형점을 찾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이 발생하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폐지  수거 노인들께 갈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하되 추가로 어르신께 드릴 수 있는 다른 인센티브를 찾아보고 있어요.” “그런데도 끌림이 설립된 초기의 목적은 분명하고 진행하는 사업 역시 사회적 가치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공익과 이윤 사이의 갈등에서 폐지 노인에게 해가 되지 않으려 고민을 멈추지 않는 그였다.

광고 계약 이후 어르신과의 관계에서도 넘어야 할 턱은 여전히 자리 잡고 있었다. “광고 계약기간이 끝나면 아무래도 속상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광고가 진행되다 끊긴 분들은 따로 저희가 목록을 추려서 새로운 광고가 들어오면 우선 배정해 드리고 있어요.” 끌림은 그들의 경제적 안정뿐만 아니라 속상한 마음과 앞으로의 관계까지도 생각해 노력하고 있었다.

결국 폐지 노인과 동업자 관계

끌림이 노인들에게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어르신들이 없으면 저희도 광고가 불가능하고 어르신들의 입장에서도 저희의 광고가 없으면 리어카, 임금 등 직접 마련해야 해서 서로가 필요한 존재예요. 어르신들이 임금을 받아 가는 구조이다 보니 고용인 피고용인 관계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러한 태도는 지양하고 상생 관계에 초점을 두고 있어요. 서로 신뢰와 도움을 주고 있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끌림?

끌림은 9월 중에 임금 인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18년부터 12만 원으로 유지되던 광고비를 15만 원으로 인상하려는 것이다. 임금 인상으로 피해를 겪는 노인도 분명히 존재하기에 이 대표는 많은 고민을 거쳤다. “광고비를 올리게 되면 분명 광고 계약이 끝나는 어르신들도 있을 텐데 (광고비를) 올리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많이 됐어요.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금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앞으로의 광고 계약을 맺는 어르신들에게도 이득이고,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끌림에도 여유자금이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더 낫다고 판단돼 임금인상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결국 사회에 어떠한 좋은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거라면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즉, 사람과의 관계 맺음이 사회를 이루는 건데,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들이는 노력과 관계 유지 과정에서의 즐거움에 집중하면 분명 배울 점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끌림의 도약은 이제 시작이다. “저희 끌림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 외에도 다른 방향으로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들을 많이 고민하고 있으니, 앞으로의 모습 기대해 주세요.”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이들을 돕는 기업으로 성장할 끌림의 그날을 기대한다.

김지유 기자  jiyoo050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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