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지금 하늘 봤어? 완전 빨간색이야!” 고등학생 때 석식을 먹고 나오던 길, 친구 한 명의 외침에 다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기 바빴다. 옹기종기 모여 홀린 듯이 붉은빛 하늘을 바라보며 다들 감탄만 내뱉었다. 하늘이 붉은빛을 띤 모습이 퍽 신기했던 모양이다. 이날 하루만의 사건인 줄 알았던 붉은 하늘은 알고 보니 매년 가을마다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단순히 하루만 붉었던 것이 아니라 꾸준히 붉었다면 그 이유가 있지 않을까’하는 궁금증이 머리를 스친다. 어떻게 하늘이 붉은빛을 띨 수 있는 걸까?

붉은 하늘의 비밀은 ‘빛의 산란’이다. 빛의 산란이란 태양 빛이 공기 중의 질소, 산소, 먼지 등과 같은 작은 입자들과 부딪칠 때 빛이 사방으로 재방출되는 현상을 말한다. 가시광선은 태양 빛 중 우리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빛의 영역으로 무지갯빛이 여기에 해당한다. 빨간색과 주황색 같은 붉은 계열의 빛은 파장이 긴 반면, 푸른 계열인 파란색과 보라색 등의 경우엔 파장이 짧다.

그렇다면 일몰 때 파장이 긴 이유는 무엇일까? 정답은 태양의 고도 때문이다. 고도가 낮을수록 파장이 길어지는데, 태양은 일출부터 남중 시 고도가 상승했다가 남중 이후로는 다시 고도가 하강한다. 따라서 태양의 고도가 가장 낮은 일몰과 일출 시각에 파장이 길어지게 되고, 파장이 긴 빨간 계열의 빛이 대기층을 통과해 우리 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반대로 태양이 높게 떠 있는 남중 때는 햇빛이 대기층을 통과하는 거리, 즉 파장이 짧아진다. 짧은 파장으로 인해 파란색과 보라색의 빛이 대기층을 통과하게 된다. 파란색과 보라색이 대기층을 통과하지만, 우리는 파란빛의 하늘만을 관측할 수 있다. 이는 우리 눈이 보라색 빛에 민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낮에 붉은 하늘도 보랏빛 하늘도 아닌 푸른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왜 하늘은 항상 붉은색이 아니지?’ 이는 ‘에어로졸의 양’을 통해 설명할 수 있다. 에어로졸은 대기 중에 떠다니는 고체∙액체상의 물질을 총칭하는 말이다. 빛의 산란은 공기 외의 다른 입자들이 떠다닐 때 더 많이 발생한다. 빛의 산란이 많이 일어난다는 건, 다른 파장대의 빛이 모두 산란해 긴 파장의 붉은 빛만 남게 된다는 뜻이다. 즉, 에어로졸이 평소보다 많으면 더 붉은 빛을 띠고 적으면 주황색을 띠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을을 바라볼 수 있다. 이게 바로 저녁에 바라보는 붉은 하늘의 비밀이다.

붉은 하늘 사진을 찾아보고자 검색을 하면 가을 하늘인 경우가 많다. 여기도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여름에는 습도가 높고, 수증기량이 많아 연기와 안개가 끼곤 한다. 이때 이들은 산란 과정을 방해하는 요소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름철, 깜깜한 하늘을 보게 된다. 그러나 가을에는 여름내 장마와 태풍으로 온 비로 인해 대기 중의 먼지의 양도 적고 수증기나 물방울도 여름에 비하면 적은 편이다. 따라서 빛의 산란이 방해를 덜 받아 붉은 하늘을 관측하기 쉬운 것이다.

이제 곧 찾아올 가을, 하루 강의를 끝내고 집으로 오는 저녁에 붉은 하늘을 보며 하루를 정리해 보는 건 어떨까? 지친 하루의 끝에 마주하는 붉은빛 하늘은 가을의 센티한 감성과 잘 어울리는 하루를 선물할 테니.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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