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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휴양지, 송도 센트럴 파크를 지나 좀 더 걷다 보면 도로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건물이 보인다. 바로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문자박물관이라는 생소한 공간으로 발걸음을 향해본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어진 문자 전문 박물관이자 처음으로 인천에 들어선 국립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이제까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문자’라는 매체가 품은 모든 이야기를 전시와 교육으로 풀어낸다. 이에 걸맞게 박물관 건물 전체가 과거 기록의 수단으로 사용됐던 두루마기 모양을 띠고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지하로 이동하면 전시 ‘문자와 문명의 위대한 여정’을 볼 수 있다. 바벨탑을 시작으로 함무라비 법전과 훈민정음해례본까지. 한글뿐만 아니라 상형문자와 아랍어,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문자인 훈맹정음도 다루고 있다. 훈맹정음을 본 후엔 시각적인 기호만을 문자라 여겼던 편협한 시각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을 가져봤다.

다양한 역사적 사료를 구경하는 것도 뜻깊지만, 벽에 적혀있는 문구 역시 인상적이다. ‘쐐기문자, 이집트문자, 인더스문자, 페니키아 문자∙∙∙한글’ 세계의 다양한 문자가 만들어진 순서대로 나열돼 있다. 수많은 문자가 있단 걸 체감하는 순간, 마지막에 마주하는 한글은 새삼 잊고 살았던 우리만의 문자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워 준다.

특별 전시를 모두 구경했다면 1층으로 가 11월 19일까지 진행하는 특별전 <긴 글 주의-문자의 미래는?>을 감상할 수 있다. 입구에 비치돼 있는 체험 카드를 챙겨 새로운 탐험을 시작한다. 사람들의 다양한 소통 방식과 사료를 구경하고 나면 질문이 나타난다. “Q1. 당신은 어떤 소통 방식이 편안한가요? – 글(문자 매체), 사진과 영상(비문자 매체)” 체험 카드의 바코드를 인식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전시를 통해 문자의 변천사뿐만 아니라 ‘문자’라는 개념과 문자의 미래에 대해 나만의 시각을 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글만 문자인 것이 아니라 그림 같은 상형문자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모티콘도 전부 문자라는 걸 말이다.

한 시간가량의 여정을 끝내고 나면, 몰랐던 문자의 새로운 점에 대해 알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수려한 풍경을 담는 것도 좋지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경험을 담아보는 건 어떨까? 당신의 피드에 문자의 아름다움을 새겨 넣어보자.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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