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아파트가 갑자기 무너지면 어떨까? 그것도 ‘우리 집’만 빼고 전부 말이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인한 참상을 다루고 있다. 전 국토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도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한곳으로 모여든다. 그들이 모여든 곳은 황궁 아파트, 이곳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진다.

영화는 단순히 사람들이 생존해 나가는 모습만 그리지 않는다. 원주민의 입장에서, 외부인은 위협적인 존재다. 생존 공간의 침해와 더불어 식량 문제도 뒤따른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인이 원주민을 공격한 사건으로 외부인에 대한 적개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외부인이 언제든 다시 ‘내 가족’을 공격한다고 가정한다면 차라리 외부인이 없는 편이 안전하다. 반면 공존해야 한다는 입장도 부정할 수 없다. 생존이 불가능한 외부 환경으로 그들을 내쫓는다는 것은 사형 선고나 다름없고 인간의 존엄성도 무시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명화’는 외부인과의 공존을, ‘민성’은 원주민만의 생존을 지향하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명화’와 ‘민성’ 모두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부인을 몰아내야 한다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사람들. 그 갈등 속 주민들은 투표를 거쳐 외부인을 전부 몰아낸다. 그들과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수결’ 투표와 함께 묵살됐다. 이러한 문제는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다.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영화는 인간에게 있어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힘든 상황일수록 남과 돕고 살아야 할까? 아니면 힘든 상황인 만큼 내 가족과 내가 더 소중한 것일까? 작중 ‘민성’이 힘들게 구한 황도를 ‘명화’가 다 같이 나눠 먹어야 한다고 할 때 관객은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황도 통조림을 몽땅 먹어 치우는 외부 아이는 얄미워 보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외부인이 추운 겨울날 내쫓길 때는 측은함이, 외부인이 원주민들을 폭행하며 자리를 차지하려 드는 모습을 볼 때는 역시 내쫓는 것이 옳다는 모순에 빠진다. 한 가지 상황에서도 관객들은 각자 상반된 입장으로 상황을 바라볼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도 항상 일정하게 흘러가지 않고 선과 악을 넘나들며 교차한다. 그곳에는 선도, 악도 없다. 오직 살고 싶은 사람만 있을 뿐이다. 원주민이 악인이라 외부인을 내쫓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외부인이 악인이라 원주민을 해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선악이라고 하는 것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살고 싶은 마음이 나쁜 것일까? 법이 없어진 시대에 남 대신 내가 죽는 것이 정의인가? 인간의 도리도 살아야 지키는 것이 아닌가?

만약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내 가족과 내 안위를 위협할지도 모를 외부인을, 인류애 하나만으로 받아들이겠는가? 아니면 내 가족을 위해 몰아내겠는가?

이재훈 기자  ljh1109@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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