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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행복, 일상 속의 순간을 캡쳐하다.
김지유 기자

행복은 물과 같아서 내가 어떤 그릇에 담는지에 따라 그 형태도, 다가오는 느낌조차도 다르다. ‘행복에 관한 명언’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수많은 철학자의 고민과 저마다의 정의가 수두룩하게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행복은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필자는 행복을 “원하던 미래를 그려내는 것”이라 정의한 적이 있다. 그래서 수험생 시절, 원하던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기 위해 평소 해보지도 않았던 계획표를 짜고 시계추처럼 독서실과 집을 왕복했다. 경주마처럼 목표 지점만을 향해 달리는 나에게 적응될 무렵, 문득 의문이 들었다. 불확실한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내가 불행해도 될까?

희망을 품고 꿈을 향해 노력하는 의지와 행동은 소중하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건 미래의 나에게 분명 필요한 과정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성취로부터 오는 행복은 그 기대가 큰 만큼 미래의 행복이라는 달콤함으로 유혹한다. 즉, 현재 마저도 불행 구렁텅이에 빠지게 할 위험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막상 기대하던 대학에 들어와 보니,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입시정보를 찾아보지 않아도 되고 통금에 제한 없이 놀 수 있다는 정도였다. 그토록 마음속에 그려왔던 대학 생활이 맞는 걸까? 이제 여기서 어떻게 무엇을 더 노력하고 성취해야 하는 거지? 갈피를 못 잡고 무료한 일상을 보내던 나에겐 행복에 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했다. 나는 행복의 초점을 노력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 주어진 것’에 행복을 찾아보고자 했다. 관점이 변화하자 놀랍게도 새로운 것들이 시야에 꿰차기 시작한다.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으로,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하나하나에 행복감을 느낄 때 쓰는 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는 소확행을 “갓 구운 따끈한 빵을 손으로 뜯어먹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 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온 고양이의 감촉”이라 표현했다.

‘스트리밍 앱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를 가진 노래를 알게 되는 것’ ‘교수님의 즉석 제안으로 따뜻한 햇살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하이데거 숲에서 한껏 만개한 벚꽃을 만끽하며 듣는 야외수업’ ‘비가 온 뒤 축축한 흙냄새와 무겁게 가라앉은 새벽 공기 냄새’ ‘아무도 없는 풀이 우거진 공원 벤치에 앉아 소설에 빠져드는 시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기록하다 보니 대단한 것이 아닐지라도 어느새 행복을 잔뜩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행복관을 가슴속에 새겨 두고 저마다의 행복을 경험한다. 행복의 형태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행복은 강도보다 빈도가 중요하다.” 당신에게 행복은 무엇인가. 행복을 하나의 목표로 삼고 이뤄내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지금의 자신을 옥죄고 있지는 않은가. 미래의 나보단 현재의 나에게 집중해 행복이라는 선물을 삶의 곳곳에 채워나갈 수 있기를.

김지유 기자  jiyoo050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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