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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위기에 놓인 문과, 조롱하는 이과
이소민 기자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은 인문·사회를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문과, 그리고 자연과학 및 수학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이과로 나뉜다. 걷는 길은 다를지라도 각자 맡은 ‘분야’를 깊게 파고들며 공부해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드는 것이 문·이과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점은 같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관계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다소 거칠어졌다.

산업 발전으로 세상은 점점 인문학도가 아닌 공학도를 갈구하기 시작했다. 기업가들 입장에선 책상 앞에 앉아 형이상학을 떠드는 문과생들보다 돈을 벌어다 줄 기계를 만지는 이공계열 전문직이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순리다. 이공계는 산업이 나날로 발전할수록 그 가치는 빛을 발휘할 것이며, 문과 역시 이를 인정한다. 그러면 문과는 이대로 쇠퇴한 채 사라질 것인가?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키우는 데 인문학은 꼭 필요합니다. 공학적이고 기술적인 것만 가지고는 틀림없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준식 전 교육부 장관의 인터뷰 일부다. 인문학은 그저 문과만 독자적으로 탐구해야 할 학문이 아닌 이과도 함양하고 있어야 할 견식이라는 뜻이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이며, 이 ‘지식’을 통달할 방법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는 것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연 책은 그저 인문·사회를 탐구하는 문과들에만 통용되는 도구인가? 우리는 어째서 글을 읽고 사회를 이해하고 통달해야 하는가? 이 모든 질문은 인문학, 즉 문과의 권위를 잃지 않게 하는 이정표가 되어준다. 모두가 이를 이해하고 있다. 아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본교 에브리타임에 접속하자 중소기업 가는 것보다 망한 인생은 문과로 대학을 진학한 것이라는 글이 눈에 먼저 보였다. 이 밖에도 조금만 스크롤을 내리면 문과는 비전이 없다는 신랄한 비하가 담긴 글이 수없이 나온다. 이러한 글들의 작성자는 처지를 자학하는 문과생과 허영에 찌든 이과생이다. 전자의 경우 이과생과 비교해 자신을 ‘패배자’로 오인하며 자신감을 잃었고 후자의 경우 남을 깎아내리며 자기만족을 하고 있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무언가를 배우는 자들이 똑같은 의지와 똑같은 목표를 갖고 있음에도 그 안에서 급을 나눈 채 남을 헐뜯으며 산다.

좋고 나쁨을 나누는 건 어느 정도의 교집합이 있어야 비교할 수 있다. 자신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 또 다른 종류의 인간상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 옳다고 볼 수 있는가? 문과와 이과를 비교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자신의 분야에서 ‘나’를 발전하도록 열심히 가꾸고 배우는 것이 더 필요하다.

이 글은 문과와 이과가 갑론을박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말싸움이 아닌 지성을 사용한 토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우리는 ‘이과가 문과보다 서열이 높으니 나는 비판해도 되고 너는 자책이나 해라’와 같은 무분별한 발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원색적인 비난은 독이 될 뿐이다.

더 이상의 분쟁은 시간 낭비다. 우리는 진부하고 감정 상하는 비하보다는 진리 탐구와 지식을 쌓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는 지성인으로 진화해야 한다. 사람들이 인정해야 할 건 문·이과는 엄연히 상호 보완적 관계이고 서로를 폄훼하지 말아야 한다는 명론 아닐까?

이소민 기자  sml442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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