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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논단] 통합교육의 현실과 이상
  • 민기연 교육대학원 강사
  • 승인 2023.08.2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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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을 차별 없이 함께 가르치는 ‘통합교육’의 개념이 우리 교육현장에 자리를 잡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1994년 특수교육진흥법 전면개정 이래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정책은 통합교육을 지향해 왔고, 일반학교에서 공부하는 장애학생의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다. 통합교육의 시작을 함께했던 학생들은 이제 30~40대가 되어 어쩌면 사회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특수교육의 학문적 영역에서 통합교육의 당위성을 논하는 것은 지나간 패러다임이며,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높은 수준의 통합교육을 잘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교육 영역 밖, 현실 세계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디다. 내가 우리 대학에서 특수교육학개론을 강의하며 만난 학생들만 하더라도 통합교육을 통해 유의미한 경험을 했다고 기억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통합교육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학생들을 의외로 많이 만났다. 통합교육 현장의 장애 메리트가 과하다며 분개하는 학생 앞에서는 화가 난다기보다 그냥 슬픈 마음이 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와 ‘메리트’가 조합 가능한 단어라고 생각해 보지 못했다. 물론 대학입시 준비에 초점을 둔 학교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학생들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이해되는 면도 있었다.

 

통합교육의 방향성에 대해 사회 구성원들과 합의를 도출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실질적인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기 때문이다.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협력 역시 통합교육의 중요한 전제이지만, 학교 현장에서 통합교육에 대한 주된 책임은 지금도 특수교사의 몫이다. 예비교사 양성기관인 사범대학은 왜, 어떻게 통합교육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는 교육과정에서도 그대로 확인할 수 있다. 사범대학 학생들이 교직소양 과목인 특수교육학 개론 2학점을 의무적으로 이수하게 된 것이 겨우 2009년의 일이고, 이마저도 2023년 교육부 행정예고에 따라 선택과목으로 전환이 예정되어 있다.

 

한편 최근에는 자폐성장애를 가진 자녀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웹툰 작가와 관련한 논란이 교권침해 이슈와 맞물리며 크게 불거진 바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장애학생의 통합교육에 반대한다는 엉뚱한 반응이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건 당사자인 웹툰 작가가 유명인인 탓에 언론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무분별한 보도를 쏟아냈고, 해당 기사에는 장애인에 대한 노골적인 혐오의 댓글이 이어졌다. 웹툰 작가의 행동과 선택은 대중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장애인 차별과 혐오, 통합교육에 대한 비난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장애학생에 대한 분리교육, 차별에 대한 정당성 부여는 우리 사회가 지난 수십 년간 추구해 온 보편적 가치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논란을 기회로 삼아 장애인에 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람들을 보며 지금 우리 사회의 절망적인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혐오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는 데 온 힘을 다하기 때문에 실제보다 더 쉽게 눈에 띄는 경향이 있다고 늘 믿는다. 그리고 이번 일이 장애학생과 통합교육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정말로 바란다. 장애학생, 비장애학생 모두를 위한 통합된 학교와 사회로의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통합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금 다시 고민하고 있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재의 시스템과 제도를 보완하고, 통합교육의 질을 향상할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육계 뿐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나오고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는 언제나 괴리가 있고 이상은 종종 현실이 되었지만, 그것이 저절로 이뤄진 적은 없었다. 통합교육의 이상을 현실로 실현하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였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가 통합교육에 적극적인 지지자가 되지 못하더라도, 혐오를 용인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민기연 교육대학원 강사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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