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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자된 결심

필자가 기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1월의 겨울이었다. 새벽,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때, 동남아 사람으로 보이는 여성 한 명과 한국인 두 명이 들어왔다. 동남아 여성의 제발 놓아달라는 어눌한 말투의 절규를 들었을 때 아찔한 기분이 엄습했다. 강제로 여성을 끌고 나간 그들을 따라 골목길로 나갔을 때, 매장의 그 남성이 바로 뒤에 따라온 것을 눈치채고서 난생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곧장 숙소로 달려 들어와 한참을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지 고민하다 날이 밝고서야 가까운 파출소에 신고하러 갔다. 그때까진 사건을 조사하는 것이 그들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은 기대를 보기 좋게 짓밟았다. 왜 바로 현장 신고하지 않았냐는 핀잔만 듣고 도망치듯 파출소를 나왔을 때, 스스로 겁쟁이인 것을, 힘이 약한 사람임을 비난했다. 며칠간, 머릿속을 맴돈 그 절규 섞인 울음은 필자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통해 사회 문제를 담아내는 기자가 되기로 결심케 했다.

수습기자 지원서를 낼 때, 필자는 ‘사회를 갉아먹는 기생충이 가득하다’는 공격적인 어휘로 지원서를 냈다. 학보사에 들어온 이래로 한동안은 그러한 강박에 휩싸였다. 죄인의 기분으로 속죄해야 한다는 실상 없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매번 선임 기자들에게 아이템을 선택할 때의 요령이나 참고 사항 등을 교육받으면서도 회의할 때면 공격적인 성향이 나오고는 했다. 국장은 매번 ‘그것이 왜, 어떻게, 무엇 때문에 문제냐’는 질문을 던졌고 필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곤 했다. 그리고 선임 기자들이 냉철하게 판단하는 모습을 볼 때면 오히려 그러지 못했던 필자의 모습에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곤 했다. 또 그런 선임 기자들을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커졌다.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치며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과 글을 쓰는 습관도 다듬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어휘는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음을, 기사가 그렇게 날카롭고 공격적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 생각하는 바를 강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사실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것이, 오히려 기자의 생각이 가득 담긴 평론적 글쓰기보다 담담하게 실제를 전하는 기사가 많은 독자에게 진정성 있게 와닿는다는 점도 이제는 안다. 그제야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소외된 사람을 돕는 본분을 고려할 수 있었다. 그것은 기자의 입맛대로 찍어내는 글쓰기가 아니었다. 필자는 인하대학신문의 기자로서 최선을 다해 차가운 머리를 가질 것을 다시금 되뇌며 글을 쓴다.

이재훈 기자  ljh1109@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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