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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담론] 저문 꽃봉오리 하나와 경찰 기동대의 책임
박재형 기자

의무경찰이 이번 달 완전 폐지된다. 1983년 2월 4일, 의경 1기가 최초로 입영한 이래 약 40년 만이다. 마지막 기수인 1142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약 50만 명이 의경으로 복무했다. 필자는 1129기로 전역해 의경의 저물어 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의경 생활은 사회가 토해내는 혐오와 불만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일이다. 일반 시민이었다면 평생 마주칠 일 없는 정체 모를 단체와 맞닥뜨리며, 노조와는 사시사철 전국 8도 모든 곳에서 부딪힌다. 필자는 신병 시절,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처음으로 하이바와 갑옷을 입고 노조와 마주 섰다. 얼굴에 대고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도발하던 노조원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군 생활 내내 이어질 질긴 악연의 냄새였다. 인권과 자유를 외치는 시위자들이 정작 인권과 자유를 제한당한 의경들에게 보인 적대감은 다시 생각해 보아도 희극적이다.

나아가 권위적인 경찰 조직문화는 의경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책임과 의무는 부과되나 기본적 권리나 존중은 받지 못한다. 후임 대원 중 한 명이 팔을 다쳐 병원에 가 수술받아야 한 적이 있었다. 지휘 요원에게 사정을 설명했음에도 묵살당해 근무를 서야만 했다. 지휘 요원들은 평소 의경들의 처우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가도, 막상 일이 터지면 의경 대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의경이 폐지된 지금, 이 문제는 고스란히 경찰 기동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2017년 기준 의경은 약 2만 6천여 명이었으나 현재 채워진 일반 경찰은 약 6천 명으로 경찰 1명이 의경 4명의 몫을 해야 한다. 지금으로선 치안 공백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의경 폐지로 인한 인력 감축은 이미 결정된 수순이다. 그렇다면 조직문화라도 개선해야 하나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작년에 벌어졌던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의경 인력 감축과 책임 회피적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도, 경찰 조직엔 일이 터졌을 때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다. 지난 참사에서는 애꿎은 일선의 현장 경찰들에게만 책임을 미루는 촌극까지 연출됐다. 참사 이후에도 경찰들의 근무 여건이 개선되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경찰 기동대에 대한 근무 여건과 조직문화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기동대는 3교대로,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시위 속 경찰버스 안에서 대기해야만 한다. 그러다 상황이 터지면 바로 출동해야 하니 몸이 망가질 수밖에 없는 가혹한 환경이다. 거기다 현장 경찰들은 사건·사고의 책임을 온전히 떠맡기에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집회∙시위로 인한 심리적 고충, 의경 폐지로 인한 치안 공백, 폐쇄적 조직문화. 경찰 기동대의 양 어깨에 내려앉은 부담과 책임이 너무나 무겁다. 의경에게 그러했듯, 직원 기동대에게도 권리 없는 희생을 더 이상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얽히고설킨 이 문제를 경찰 스스로 해결하긴 어려워 보인다. 관성대로만 움직이는 경직된 경찰 조직문화의 특성상 자정작용이 일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해결을 위해서 경찰 기동대에 대한 일반 시민의 존중과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된다.

박재형 기자  qkrwogud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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