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각. 정석학술정보관 뒤편에 줄지어 있는 전세 버스에 오르는 학생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이날은 사회과학대학(이하 사과대) 학생들이 새내기 새로배움터(이하 새터)에 가는 날. 평상시라면 피곤함에 젖어 1교시 수업을 들을 시간이지만 이날만큼은 다들 눈이 말똥말똥한 채 버스 옆 사람과 새 인연을 맺는다. “4년 만의 행사인 만큼 안전하게 다녀옵시다!”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 민경돈 사과대 새터준비위원장(이하 새준위장)의 말과 함께 본격적인 새터가 시작됐다.

본교는 지난 2월, 4년 만의 동계 대면 졸업식과 대면 입학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캠퍼스 일상 활성화에 돌입했다. 학생사회 역시 3월 1일 문과대학을 필두로 진행된 각 단과대의 새터와 동아리박람회가 개최되며 캠퍼스에 활기를 더했다. 코로나 사태로 각종 행사가 멈췄던 그간의 설움을 대신하듯 다양한 행사들이 활발히 진행됐다. 본지는 4년 만에 이뤄진 대면활성화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4년 만에 돌아온 대면행사들

새터는 새내기들의 학교생활 적응을 돕기 위한 행사다. 사범대와 의예과를 제외한 단과대와 새터준비위원회(이하 새준위)에서 준비한 새터 행사는 2박 3일(공대 1박 2일)로 진행됐다.

새터는 △동아리 공연 △단과대별 행사 △학과별 레크리에이션 등의 활동으로 구성됐다. 사과대 새터에선 봄기운 물씬 나는 음악과 학생들이 제보한 여러 사연을 통해 지루한 대기시간을 달랬다. 이후에는 동아리 공연 관람, 초성 맞추기 게임 등의 여러 행사를 즐겼다. 일정을 모두 마친 후 뒤풀이에서는 술게임이 시작되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술게임을 하고 서로 규칙을 알아가며 초반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친밀감만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코로나 이후 다시 열린 행사는 새터뿐만이 아니다. 지난 13일부터 15일에는 동아리인들의 축제인 ‘동아리 박람회’가 진행됐다. 통일광장에서 시작해 후문, 쪽문까지 이어진 거리에는 홍보 부스들이 가득 들어서 장관을 이뤘다. 총 72개의 동아리가 신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쳤다. 부스들은 각 동아리 특색에 맞게 꾸며진 알록달록한 홍보물들로 형형색색을 이뤘고, 거리는 홍보하는 부원들과 구경하는 학우들로 인산인해가 됐다. 태권도 동아리 ‘태권도부’ 부스에는 외국인들이 발차기 체험을 하는 한편, 인경호 앞에 위치한 밴드 동아리 ‘인드키’의 공연에는 많은 학생이 몰려들어 공연을 감상하며 캠퍼스의 낭만을 즐겼다. 유독 학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건 자동차 연구 동아리 ‘I.C.C’의 부스였다. 동아리 부원이 직접 제작한 자동차에 탑승하며 캠퍼스 곳곳을 누볐다. 학생들은 제작 자동차가 신기한 듯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구경에 여념이 없었다.

사과대 새터에서 동아리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레크리에이션 활동에 열중하는 사과대 학생들

4년간의 공백∙∙∙어려웠던 점

19년도 이후 한동안 대면행사가 중단됐던 만큼, 그에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새준위 측은 이번 새터를 준비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애를 먹었다. 지금껏 새터 지원비를 조달하던 ACE+지원 사업이 종료되면서 교비 지원금만으로 새터를 진행해야 했다. 여기에 코로나로 관광버스 대여 가격 인상과 물가 상승 등 각종 악재가 겹쳤고 이는 학우들의 부담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공과대학의 경우 새터 참여비가 2019년 5.2만 원이었으나 2023년 6.3만 원으로 20%가량 늘었다.

행사 경험 부족과 모자란 인력으로 인한 문제도 불거졌다. 이번 사과대 새터 행사에는 △긴 대기시간 △강한 통제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각에서는 해당 문제의 원인으로 새준위 위원장단의 경험 부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민경돈 사과대 새준위장은 “18학번, 19학번이 고학번이라고는 하지만 (행사 운영에) 크게 아는 부분이 없었다”며 “근 4년 동안 새터가 진행되지 않았기에 생긴 문제라 생각한다”고 속사정을 전했다. 김진우 공대 새준위장의 경우 “새준위 구성인원이 적어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새터 운영 경험이 풍부한 새준위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이에 따라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는 데에 신경 쓸 여력이 부족해 구색만 갖출 수밖에 없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간만의 대면 대규모 행사에 동아리들도 난항을 겪었다. 공연 동아리 ‘인드키’의 송민철 학우는 “새로 경험하는 학생들이 주로 (공연을) 꾸려 대규모 공연 경험이 거의 없어서 관객들을 대상으로 얼마만큼 호응을 유도할 수 있을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감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전했다. 힙합동아리 ‘개로’의 이세범 학우도 동아리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신입생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를 짜기) 쉽지 않고, 밋밋한 감이 있었다”며 “부원들의 학번이 낮아서 경험이 없어 걱정된다”는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반가운 캠퍼스의 활기

이처럼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활기를 되찾아가는 캠퍼스의 모습은 모두에게 환영받고 있다. 생명공학과 23학번 A 학우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 한번을 못 가봤는데 단체로 하는 활동을 하다 보니 텐션이 오르고 기분도 너무 좋았다”며 새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과대 새터에 참여한 아동심리학과 B 학우도 “처음엔 걱정했었는데 참여해보니까 동기들과도 친해지고 재미있었다"며 "만약 나중에 이런 자리가 생기면 또 오고 싶다"고 밝혔다. 동아리 ‘개로’의 정민교 학우는 “이런 공연이 너무 오랜만이라 새롭다”며 “4년 만에 새터 공연이 재개된 것이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아리박람회에 참여한 I.C.C 최진서 회장은 “이번 동아리 박람회가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고 (동아리 박람회는) 신입생들에게 동아리를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인 만큼 매년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번 새터와 동아리박람회는 코로나 사태로 단절됐던 학생사회에 봄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민경돈 사과대 새준위장은 ‘잃어버렸던 캠퍼스 문화를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떠나자’는 마음으로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고 새터의 의미를 전했다. 김요한 동아리연합회 회장 권한대행도 “(행사를) 준비하면서 부담이 되고 쉽지 않았지만, 많은 분이 동아리박람회를 즐겨주고 신입생들이 중앙동아리 체험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자동차 연구 동아리 I.C.C 부원들이 홍보를 하는 모습이다.

캠퍼스를 가득 채운 동아리 박람회 홍보 부스

박재형 기자  qkrwogud0@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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