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1차 법제해석특별위원회(이하 법해특위)가 소집됐다. 법해특위 소집은 회칙개정으로 기구가 창설된 이후 처음이며, 첫 안건은 '예산정지 징계의 상위 규범 위배 여부'였다. 이번 심판 결과에 따라 오랜 세월 자치기구 사이에서 기본적 징계로 여겨져 온 예산정지의 존폐가 갈릴 전망이다.

법해특위는 지난달 14일, 위원회 구성 공고를 올리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번 소집은 △조형예술학과 학생회(청구인 대표) △연극영화과 학생회 △프랑스언어문화학과 학생회 △간호학과 학생회가 현재 감사시행세칙의 ‘예산정지’ 징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열렸다. 인하대학교 중앙학생회칙 제121조 2항은 “하위 규정이 상위 규정에 위배됐을 경우 해당 규정의 소관 학생자치기구는 해당 하위 규정 또는 해당 하위 규정의 조항에 대하여 총대의원회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청구인 대표인 조형예술학과 학생회장은 지난 3월 3일 총대의원회에 제출한 규정위배심판 제청서에서 ”감사시행세칙 제25조 제3항은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로부터 도출되는 책임주의 원칙과 헌법 제12조 제1항, 제13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에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규정 위배라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은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어떤 위법한 행위가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책임이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처벌을 내릴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정작 징계 책임은 이미 퇴임한 전직 학생회장들에게 있음에도 차기 학생회에까지 예산 정지의 부담을 안기는 것은 책임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예산정지 징계가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죄형법정주의란 어떤 행위를 범죄로써 처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와 그에 대한 처벌내용을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는 형사상의 원칙이다. 청구인 측은 감사시행세칙 제25조 3항이 예산정지의 기간 구분만 정해놨을 뿐 어떤 행위를 했을 때 예산정지를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해당 규정은 죄형법정주의 위배라고 주장했다.

법해특위는 지난 31일 열린 공청회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중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법해특위가 해당 규정이 상위 규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할 경우 대의원총회에서 재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효력이 확정된다.

이기원 기자  qnal4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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