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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베일에 싸인 ‘실험·실습비’, 어떻게 쓰이나?실습실 관리, 기자재 구입에 쓰인다지만 명세 공개는 ‘아직’

매 학기 실험·실습비를 납부하지만, 학우들은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실습비란 실습실 관리, 실험·실습 수업에 필요한 각종 기자재 구입 및 활동 지원 경비로, 매 학기 등록금에 포함돼 납부하고 있다. 그러나 실습비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우리 학교 실습실 실태

A학우(컴공·2)는 대학 입학 후 실습실 환경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공학과 실습실(하이테크 320호, 322호, 324호) 내 설치된 컴퓨터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튼이 빠진 키보드는 고사하고, 좌석 한 줄이 전부 작동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해당 사실을 과사무실에 알렸으나, 확인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 A학우는 “하이테크가 아니라 로우테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개인 노트북을 가져와 사용하는 학우들도 존재한다”고 실습실 내 열악함을 토로했다.

이는 비단 컴퓨터공학과만의 문제는 아니다. 디자인융합학과를 복수전공 중인 김유진 학우(경제·3)도 실습실 내 컴퓨터 사용의 불편함을 겪었다. 전문 디자인 프로그램을 다뤄야 하는 학과지만, 컴퓨터 구동이 원활하지 못해 300만 원을 호가하는 노트북을 구매해야 했다.

이러한 실태는 각 단과대학 대의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2022-2 공과대학 여론조사 결과 보고’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28%가 수업 개선사항으로 ‘시설 및 실험 장비’를 꼽았다. 또한, ‘2022-2 예체대 여론조사 결과 보고’에서는 35.2%의 학우가 학과 내 실습실 및 강의실 환경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실습비 이중 부담 문제도

실습비 이중 부담도 문제다. 아동심리학과는 실습비를 명목으로 사회과학대 내 타 전공보다 매년 632,000원의 등록금을 추가로 부담하지만, 실습에 필요한 재료비는 개인이 지불할 수밖에 없다. B학우(아심·4)는 “수업 시연을 위해선 각종 교구를 제작해야 하는데 보통 수업 한 번에 3만 원 이상 든다”며 “실습실에 재료가 모자라면 추가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체육교육과 역시 실습비를 명목으로 타 사범대 학과보다 매년 1,262,000원의 등록금을 추가 부담하지만, 수업 내 시설 대여비는 학생들의 몫이다. C학우(체교·3)는 “시설 대여비로 한 달에 3만 원을 부담한 적 있다”며 “학과 차원에서 지원이 왜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학과 차원에서도 실습실 환경 및 실습비 이중 부담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재정 상황에 의해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험·실습비는 매 학기 단과대별로 산정한 1인당 실습지원비에 등록된 재학생 수를 곱해 책정한 후 단과대에서 학과별로 지급하는데, 이 금액이 작년에 줄었기 때문이다. 2022년 2학기 체육교육과는 지난 학기 대비 60% 삭감된 실습비를 배정받았다. 체육교육과 실험·실습비 재무를 담당하는 이용성 팀원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기존에도 소액의 실습비를 배정받았는데, 대면 수업 실시 이후에도 (실습비가) 60%나 삭감돼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실습비 사용 명세는 오리무중

예산팀 측에서는 실습실 및 실습환경 관리 외에도 다양한 목적으로 실험·실습비가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취업지원사업(취업특강, 취업지원 프로그램) △학생회 행사 지원 △학과 홍보비 △학술행사 지원 등이 그 예다. 그러나 일부 학생들은 자신이 내는 등록금에 실험·실습비가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한수연 학우(아태·3)는 “예술체육대학 외에 우리 학과도 실습비를 내고 있는지 몰랐다”며 “실습비가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실험·실습비에 대한 정확한 명세 공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에 따르면, 실습비 사용명세를 반드시 공개할 필요는 없다. 본교 역시 재무제표 결산공고를 통해 지출 총액을 공개하지만, 구체적인 구매 내용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예산팀 측에서도 “각 단과대의 실습비 지출내역 공개 여부는 단과대장의 재량에 달려있다”며 “지출내역 공개에 관여할 입장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습 환경이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지출 내용을 공람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대부분의 학우가 실험·실습비 지출 내역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고려대, 서울여대, 숭실대, 중앙대 등 많은 학교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학우들에게 실습비 사용처를 공개한다. 특히 중앙대의 경우 학과별 대관비 및 포스터 발주비, 다과비 등 사용 내역을 상세히 정리해 놓았다. 이에 권수현 총학생회장은 “실험·실습비가 이번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는 별도 안건으로 상정되진 않았지만, 실험·실습비 내역 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논의를 검토해볼 것을 시사했다.

박소은 기자  1220323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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