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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다-드라마] ‘나’였고 ‘내’가 될 그대에게

해질녘 창문 밖으로 멍하니 노을을 보고 있으면 뜨거운 불꽃처럼 타오르다 지는 순간까지 빛을 쥐어짜 내는 모습이 열정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인생도 다르지 않다. '황혼기'라 불리는 노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이 부시게’는 가장 눈부셔야 할 순간에 그러지 못한 이들의 삶을 조명한 드라마다.

혜자는 어릴 적 우연히 시간을 돌릴 수 있는 시계를 주웠지만, 시간을 돌릴수록 신체에 노화가 온다는 걸 알고 사용을 지양했다. 그러던 중 혜자가 스물다섯이 되던 해, 인생에 큰 전환점이 찾아왔다. 바로 아버지의 교통사고다.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시계를 이용해 시간을 끊임없이 되감아 교통사고를 막아내는 것에 성공한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돌리는 바람에 스물다섯 혜자가 아닌 여든 할머니 혜자가 된 것이다. 노인이 된 그녀는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겪는 차가운 시선에 부딪힌다.

몸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질 않고 걷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침을 느끼는 건 물론,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경고음이 울리는 건물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탄 엘리베이터가 만원이 되자 모두 혜자를 바라본다. 나이가 가장 많으니 먼저 내리라는 의미를 담은 눈빛을 보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성형외과에 간 노인을 보며 몰래 사진 찍는 것도 모자라 수군대며 웃는 젊은이들까지 마주한다. 그녀가 받은 차별적 시선의 이유는 단지 그녀가 노인이기 때문이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노인 혐오 역시 혜자가 겪은 편견 어린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오늘날 자신의 시각에 맞춰 노인을 재단하고 노인혐오 단어를 사용하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69세 근로자 3,500명 중 ‘노인이 되면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끼리 같은 지역에 사는 것이 낫다’에 63.7%가 동의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노인 혐오는 만연하다.

이렇듯 현실 속 여러 부분에서 노인들은 배제되기도 차별받기도 한다. 우리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청년층은 그들로부터 선을 그어 함께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현실에선 공동체 속 이방인이 된 노인들을 반겨줄 이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 황혼기라고 불릴 정도로 마지막을 환한 빛으로 장식해야 할 노년기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은 씁쓸함을 남긴다.

만약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마주한 내 모습이 노인이라면 어떨까? 혜자가 겪었듯이 신체적인 어려움도 사람들의 냉소적 시선도 두렵게만 다가올 것이다. 그런 가정이 없더라도 언젠가 우리는 노인이 된다. 그때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을까? 언젠가 다가올 그날을 위한 대답을 ‘눈이 부시게’를 통해 찾아보자.

김민진 기자  12212895@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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