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학년 등록금 고지서에는 수업료와 총학생회비 외에 ‘졸업준비금’이 납부 항목으로 있다. 졸업준비금은 졸업준비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졸준 비대위) 사업인 △졸업 앨범 촬영 및 수령 △웹진 사업 △학사복 대여 등 졸업생들을 위해 사용되는 비용으로 선택에 따라 납부하게 돼 있다. 4학년 1학기와 2학기에 각각 5만원씩 납부한다.

졸업준비금에 숨겨진 총동창회비

많은 학우는 졸업준비금이 졸업 앨범과 학사복 대여 등에만 쓰이는 걸로 알고 있지만, 이외에 학기당 6천원의 총동창회비도 포함돼 있다. 9월 15일,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졸준 비대위는 4학년 학생들이 납부한 21-2학기 총동창회비 5,922,000원(6,000*987명)과 22-1학기 총동창회비 6,882,000원(6,000*1,147명)을 합해 총 12,804,000원을 ‘총동창회 발전기금’ 명목으로 11월 중 총동창회에 전달할 계획을 밝혔다. 이 사업안은 17일 문제없이 가결됐다.

본지 취재 결과, 학우들은 졸업준비금 속 총동창회비의 존재를 몰랐고, 이를 알게 되자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졸업준비금을 납부한 공과대 A학우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사실이라면 졸업준비금이 아닌 총동창회비란 명목으로 따로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과대 B학우도 “졸업준비금이란 명목으로 납부된 돈이 총동창회 발전기금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며 “명확한 안내 고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졸업준비금에 총동창회비가 포함된 시스템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무려 15년 전인 2006년 제49대 졸준 기안지를 보면 동일하게 총동창회비 6,000원이 전달되고 있었다. 총동창회 홍형석 사무국장은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졸업생들이 앞으로 인하 동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소속감, 유대 관계를 갖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으로 바뀔 가능성은?

총동창회는 학교 행정에 구체적으로 관여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 전했다. 홍형석 국장은 “신입생 납부의 경우 1만원으로 선택하게 하고 있어서, 개선한다면 동일한 방식으로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학교 역시 졸업준비금을 일괄적으로 수납하는 역할만 할 뿐, 예산이나 집행을 관리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치기구 차원에서 졸업준비금과 총동창회비를 분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재무팀 이종대 부팀장은 “등록금 고지서가 나가기 전에 총동창회비나 기타 납입금에 대한 변동사항을 알아보기 때문에, 자치기구 차원에서 의사결정을 하면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소현 졸준 비대위장은 “전대 정혜주 비대위장부터 총동창회비를 선택 납부로 변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현재 회개특위에서 졸준 해산이 거론돼 있어 더 이상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개특위 결과에 따라서 졸준이 남게 된다면, 해당 사항은 다시 한번 논의해서 선택 사항으로 분리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권수현 회개특위 대외부위원장은 “졸준 해산안에 따르면 앞으로 총동창회 관련 업무는 총학생회에 이관된다”며 “총동창회비 분리 문제는 차후 총학이 내년 등록금 고지서가 나올 때까지 협의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떻게 쓰이나 살펴보니

그동안 4학년 학생들이 납부한 동창회비는 장학금, 행사, 후배 지원, 운영비 등에 다양하게 쓰였다. 본교 동창회는 △일반 회비 △협찬금 △광고 △장학기금 △임원분담금 △신입생이 납부한 총동창회비 △졸업생이 납부한 총동창회비 등의 경로로 자금을 조달해왔다.

이렇게 모인 비용은 △장학금 △동아리 지원 △연구과제 지원 △취업 관련 강사 초청 △동문 섭외 △축제·OT시 금일봉 △체육대회 경비 △강의실 준공 △동문회보 제작 △현수막 △정기회의 △행사 진행 등에 쓰여왔다.

홍형석 국장은 “(졸업준비금을) 납부한 학생들에게 뭐든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18년도부터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되면서 학교에서 납부 데이터를 주지 않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졸업준비학생회와 총동창회는 12월 기말고사 응원 차원에서 4학년 학생 대상으로 간식사업 혹은 선물 증정을 계획 중에 있다.

김종선 기자  jongseon05@inha.edu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