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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작년 한 해만 5만 권 폐기, 과부하에 걸린 도서관

 

폐기 예정 도서들이 북트럭에 쌓여있다

“이번 방학은 폐기 도서가 유독 많은 것 같아요”

정석학술정보관(이하 정석) 근로학생 작업실. 4명의 근로장학생들이 목장갑을 끼고 수백 권에 달하는 도서를 노끈으로 묶는다. 그들이 묶고 있는 것은 곧 서가에서 자리를 비우게 될 ‘폐기 도서’다. 이용 가치 상실, 심한 훼손 등 보존 이유가 사라진 도서들은 도서관 지상에서 지하로 이동돼 버려질 준비를 한다. 도서 폐기는 최신 자료 구비, 효율적인 공간 사용 등 도서관의 유기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지난 2021년부터 폐기 도서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정석 근로장학생 A씨는 “과거 장서 폐기 업무를 했을 때보다 이번 방학 유독 폐기 도서가 많은 기분”이라며 “폐기 업무를 2주째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동안 본교에서 폐기된 도서는 총 52,812권이다. 2020년 5,386권, 2019년 9,372권이 폐기된 것과 비교해봤을 때 전례 없는 수치다. ‘학문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수만 권의 책이 폐기된 이유는 무엇일까?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속사정

정석 측은 그간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버리지 못한 책을 2021년 한꺼번에 폐기했다는 입장이다. 이전부터 도서 폐기의 중요성이 제기됐지만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해 정석 개방 기간 중 작업은 불가능했다. 그러다 2020년과 2021년에 코로나19로 도서관 장기 휴관이 이뤄지자, 인력을 투입해 본격적인 폐기 도서 목록 정리가 진행됐다.

도서 폐기가 시급해진 주원인으로는 ‘관내 서가 부족’이 거론된다. 책은 점점 쌓여가지만 보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이 발표한 ‘대학도서관 장서 폐기 가이드라인 연구’에 따르면 대학도서관의 적정 소장 공간은 도서관 연면적의 30%이며 적정 소장 장서는 1m2당 113권을 제시하고 있다. 정석의 경우 연면적 25,032m2로 ‘적정 소장 장서 산출 공식’에 따라 1,019,556권을 한계소장책수로 권장받는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실제소장권수는 1,652,619권으로, 해당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자료의 한계소장률 대비 실제자료소장공간 비율이 ‘60% 이상’인 자료포화상태가 높은 기관에 속한다. 매년 구입하는 1만~2만여 권의 장서를 수용하려면 해마다 80m2에 달하는 공간이 필요하지만 서가 마련이 불가능해 ‘비워야 채울 수 있는 도서관’이 됐다.

실질적인 해결방안은 아직

한편 자료 폐기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정석 5층 멀티미디어 센터에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카세트테이프를 이용해 인테리어 하는 것이 그 예다. 하지만 이를 통해 근본적인 폐기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았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보존 서고 모빌랙(이동식 서가)에 선반을 3단으로 쌓기도 했지만 소방안전법에 저촉돼 선반을 뜯어낼 수밖에 없었다.

비슷한 이유로 도서 폐기 문제를 호소하는 타대학의 경우 신규 도서관 설립, 도서 기증 등의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본교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김동조 정석 부관장은 “도서관에 배정된 예산에 한계가 있다”며 “신관을 짓기에 재정적으로 조금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전했다. 송도캠퍼스가 완공되면 서가 부족 문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있었으나 공사 지연으로 이마저도 불확실하다. 기증 역시 쉽지 않다. 김 부관장은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우리 재산을 다른 곳으로 증여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며 “교육부 승인, 재산 이관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보다 폐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당분간 폐기 도서의 양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학술정보운영팀 이혜경 팀장은 “원활한 관리를 위해선 매년 구입하는 도서량만큼 폐기가 진행돼야 한다”며 “올해 역시 3~4만 권가량의 도서가 폐기될 예정”이라 전했다.

박소은 기자  12203224@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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