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비룡논단
[비룡논단]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 정영태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22.02.27 21:25
  • 댓글 0

민주주의국가가 아니고 독재국가에 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법원에서 발급하는 구속영장 없이 정당한 사유 없이 구금당할 수도 있고, 범죄 혐의 조사 과정에서 반인권적인 고문을 당하거나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청바지도 못 입고, 머리가 길거나 스커트가 너무 짧으면 경찰서로 끌려가 머리를 잘리거나 긴치마를 얻어서라도 입어야 풀려날 수도 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특히 유신 이후 그랬고, 지금 시대에는 근본주의 회교 국가들에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살아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은 해외로 이민 가려 할 것이다.

2019년 12월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성인남녀 4,229명을 대상으로 한 ‘해외 이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0.2%가 한국을 떠나 이민을 ‘가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는 ‘삶의 여유가 없어서’(43.3%, 복수응답),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43%),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 살고 싶어서’(41%), ‘한국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서’(34.1%) 등의 순이다. 사회경제적 고통 때문에 이민 가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치마저도 억압적이고 폐쇄적이라면 어떨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빈부격차, 불공정한 제도나 관행 등 부정적인 요소도 없지 않지만, 세계 10위 전후의 막강한 경제력, 한국문화의 힘을 생각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떻게 해서든 지킬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런 대한민국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다음과 같은 우리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무한경쟁으로 인한 피로감, 금수저와 흙수저 간의 불공정한 경쟁, 점차 더 많이 벌어지는 빈부격차 등 당면한 사회문제는 물론,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민 간, 국민과 국가기관 간의 불신과 갈등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가 OECD 회원국의 사회갈등 수준을 조사, 비교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7개국 중 네 번째로 갈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2013년 '제2차 국민대통합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를 한 박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의 논문에서는 두 번째로 갈등이 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가장 최근인 2016년에 발표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에서는 30개국 중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가 겪은 사회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실로 천문학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인당 GDP의 27%를 사회적 갈등관리 비용으로 쓴다”며 이는 “연간으로는 최대 246조 원이며 모든 국민이 매년 900만 원씩을 사회적 갈등 해소에 쓰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사회갈등지수가 상승하면 1인당 GDP가 하락하는 상관관계가 확인됐다”며 “한국의 경우 사회적 갈등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실질 GDP는 0.2%포인트 정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서울경제신문, 2019년 1월 20일).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크고 심각한 대가를 치렀다. 국민이나 엘리트 간 격심한 갈등으로 말미암아 조선 말기에는 나라를 빼앗겼고, 해방 직후에는 남북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겪어야 했다.

물질적 부의 축적이나 사회적 지위를 얻기 위해 때로는 불법적인 방식 또는 편법을 이용하여 경쟁에서 이겨야 하는, 그래서 이기지 못하면 생계유지조차 어려운, 무자비한 경쟁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우리 사회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신뢰와 협력이다. 이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물론, 우리 사회의 존속 자체를 위해서도 반드시 회복해야 할 사회적 가치다. 지속가능한 민주주의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 국민은 선거에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나 정책을 잘했다 잘못했다, 또는 정책이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상대에 보복이나 증오심을 부추긴다면, 우리 사회에서 대립과 갈등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에서 이런 후보는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정영태 정치외교학과 교수  ⠀

<저작권자 © 인하프레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