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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없음의 미학’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껍질은 코믹하되 알맹이는 철학적인, C등급 영화가 아닌 ‘C’yber상에서 관객들을 ‘급’하게 찾아가는 영화를 만드는 주인공, 바로 백승기 감독이다. 학생들에겐 만능 미술 선생님, 관객들에겐 재밌는 영화감독, 우리 학교 학생들에겐 01학번 선배님인 그를 찾아 이야기를 나눴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인천이 낳고 부천이 키운 ‘인천의 아들’ 영화감독 백승기입니다.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 01학번 출신으로 이런 자리에서 인터뷰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인천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메인으로는 영화를 만들고, 학교에서 졸업할 때 굶지 말라고 쥐여 준 교원자격증을 갖고 밥벌이를 하면서 인천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Q. 미술교육을 전공하고, 현재 인천고등학교에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인 것으로 아는데 영화를 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원래 어렸을 때부터 창작활동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 전역하고 후배들과 MT를 갔어요. 제가 그때 디지털카메라 하나를 빌려 갔는데 일찍 도착해서 사진을 찍으면서 놀고 있었어요. 근데 카메라에 보니까 동영상 촬영 기능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영화를 찍어보자고 했죠. 당시 멤버가 여자 7명에 남자 3명이었는데 ‘뭘 찍어야 하지?’ 하다가 ‘7명? 백설 공주와 일곱 난장이? 백설 왕자와 일곱 난장이?’ 이렇게 됐어요. 참’이슬’을 먹고 잠든 왕자를 깨우는 내용인데 (영화 찍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결국 집에 와서 (영화를) 완성했어요. 너무 떨리더라고요. 내가 영화를 만들다니. 그렇게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음악이 나오는데 갑자기 동이 쫙 텄어요. (햇빛이) 저의 몸을 감싸는데 온몸에 전율이 오면서 ‘이거다! 드디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았구나!’ 했어요.

 

우주에 도착한 <인천스텔라> 주인공들

Q. 최근작인 <인천스텔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인천스텔라>는 우주 영화고요. 인천과 <인터스텔라>를 합친 느낌의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우주 영화지만 저희만의 C급 무비 철학, 키치적인 감성이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없음의 미학’이라고, 백승기 영화의 3대 요소가 있거든요. 인천, 손이용, 가난. 없으면 없는 대로 하는 게 저희의 영화 철학이기 때문에 이 3대 요소가 장착되면 우주영화 퀄리티가 어디까지 떨어질 수 있는가를 저희가 보여준 겁니다. (웃음)

 

Q. 배우분들과 인연도 남다르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항상 제 주변에서부터 시작해요. 그러다 보니 유명한 배우에 집착하기보다는 제 주변에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람들과 하는 거 같아요. 그중 한 명이 손이용이라고 하는 스타인데 저의 페르소나이기도 해요. 워낙 끼가 많은 친구라 활용도가 아주 좋아요. 게임으로 치면 레벨이 되게 높은 사기 캐릭터? 삼국지로 따지면 전투력이 조자룡이나 여포 정도?

강소연이라는 배우는 제 제자인데 학생 때 너무 조용해서 이 친구가 배우가 될 거라고 상상도 못했어요. 자기가 출연했던 단편영화를 보내준다고 해서 봤는데 연기가 말수가 적고 우울한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어? 우리 주인공하고 잘 맞겠다’해서 같이하자고 제안했죠. 마침 제가 인천스텔라 제작 막 들어갈 타이밍이었는데 그걸 노린 건지 우연인지 모르겠어요.

 

Q. 영화를 제작하면서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힘들었던 점은 거의 없어요. 근데 아무래도 창작자들은 사람들의 반응을 아예 무시할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개봉하고 나면 댓글이랑 평점 같은 것도 보는데 이게 흐름이 있어요. 개봉을 하고 극장에 걸려있을 때는 좋은 댓글들이 많아요. 그러다가 IP-TV 시장에 풀리는 순간, 소위 말해 토렌트를 통해서 공짜로 보는 사람들이 생기면 그때부터 이제 악플이 나와요. ‘이게 영화냐?’부터 ‘승기야 영화가 하고 싶어?’라고 하는데 그것도 몇 번 겪어보니까 의연한 자세로 ‘악플 역시도 관심이다’하는 생각으로 재밌게 하고 있어요.

 

Q. 작품의 제목들이 눈에 띄는데, 제목을 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독님만의 기준이 있나요?

제목에 되게 집착하고 사활을 거는 편이에요. 저예산 영화들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상업 영화들과 가장 공평하게 싸울 수 있는 게 제목이거든요. 좋은 제목, 재밌는 제목을 짓는 데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제목은 재미있게 잘 지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포스터도 눈에 잘 띄면서 재기발랄하게 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Q. 영화의 소재나 주제는 주로 어디서 찾으시나요?

사실 영화 소재 자체는 그냥 생각나요. 제 MBTI가 ENFP인데, ENFP 특성상 뭘 봐도 계속 상상을 해요. ‘앉아 있다가 갑자기 좀비들이 막 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같은 상상이 평상시에 계속 들어요. 제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N들의 특징인 거 같아요. S들은 그냥 있으면 ‘차가 지나가네’, ‘사람들이 있네’, ‘밖에 춥나?’ 이런 상상을 한다면 저희는 이제 별의별 상상을 하죠. 강의실에서 수업 듣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들이 (강의실에) 들어오는 뭐 이런 상상을 해요. 그 연상이 자꾸 일어나다 보면 소재가 떠오르고 그중에 ‘아, 이거는 영화로 만들어도 되겠다’ 이렇게 되는 거예요.

 

Q. <인천스텔라>의 배경을 인천으로 설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무래도 인천에 애향심이 진짜 많은 것 같아요. 인천사나이로서 자부심이 많다고 할까요? ‘영화 공간 주안’이라고 독립영화 전용 예술극장이 있어요. 거기서 이제 ‘백전백승기’라는 이름으로 제 개인 상영회를 하는데 포스터에도 ‘인천 남자’라고 써 놨어요. 또 인천이 인프라가 너무 좋아요. 산, 들, 바다, 공항, 공단, 부도심부터 해서 신도시까지 없는 게 없어요. 인천 안에 촬영할 수 있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어요. 그것도 중요한 포인트예요.

 

Q. 많은 독립영화들이 있는데, 감독님 영화만의 차별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창작에 있어서 형식미를 과감하게 깨부수기보다는 포기한다? 빠른 포기, 빠른 손절의 미학이라고 볼 수 있죠. 안되는 것을 억지로 잡고 끝까지 하기보다는 빠르게 인정하고 오히려 내가 잘 할 수 있는 장점을 더 보여주는 것, 그게 차별점인 것 같아요.

영화를 재밌게 만드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어? 나도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도 꽤 유의미하다고 생각해요. 예술가들은 너무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처럼 권위 의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영화는 다양해야 된다고 봐요. 그 중간에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제 영화죠. 진입장벽이 낮은 영화를 계속 보여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창작 욕구에 불을 지피는 것? 그런 게 제 영화의 의의인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감독님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단은 훌륭한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요. 유의미한 작품을 남기고 또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근데 이게 막 정의롭고 선하고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대놓고 착한 척하는 건 다 사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면서 앞으로도 ‘어떻게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만 고민하려고요. 그리고 이왕이면 그게 사람들에게 유의미하고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이 있죠. 그리고 ‘백승기 장르’라는 단어들이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게 잘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승기 영화’하면 딱 저만의 것이 있는 감독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Q. 후배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인하대 다니면서 아쉬웠던 점이 딱 하나 있어요. 패배 의식이 있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공부를 제법 잘했던 친구들이라 인서울을 할 수 있는 점수대들이고 그러다 보니 아쉬움이 커서 반수를 하는 학생들도 워낙 많이 봤어요. 저도 처음에는 ‘아…인서울 하고 싶었는데’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나중에 정을 붙이고 다니니까 좋더라고요. 사실 대학도 중요한데 결국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건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누가 바꿔주겠어요, 결국 자기만의 문제이기 때문에 힘들 내셨으면 좋겠어요.

 

Q. “나는 OOO 감독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게 있다면요?

발악? 열심히 발악하다가 간 감독? 좋은 미사어구들이 많겠지만 지금 가장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이거예요.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발악해야 보이거든요. 그만큼 치열하게 발악하지 않으면 자연스레 세상이 나를 잘 알아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디서 뭘 하든 발악을 해야 보인다!

 

원종범 기자  yawjbeda@inha.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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